[기고] 삼중고에 시달리는 아파트 분양시장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고물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안(공사비 상승)과 이로 인한 고분양가 문제,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지방 미분양 적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분쟁 등으로 글로벌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지연되는 등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며 건설 원자재 상승세가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레미콘과 창호유리 등 자재비와 노무비 인상 영향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 증가로 연결됐다. 실제 올해 3월1일 기준 정기고시 금액은 ㎡당 203만8000원을 기록하며 직전 고시 197만6000원에서 3.1%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15=100)도 2021년 138.9에서 2023년 153.2로 증가세가 꾸준하다.

 

 늘어난 건설 공사비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끼친다. 2024년 서울 아파트 호당 평균 분양가는 24억5960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10억937만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올해 서울은 고분양가 사업지가 많았다. 5월 현재 6개 아파트가 분양한 상태인데, 지난 1월 광진구에 분양한 ’포제스한강‘이 3.3㎡당 1억3770만원에 공급하며 연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 수준을 확 끌어 올렸다. 같은달 분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지만 3.3㎡당 6831만원에 공급했다.

 

 경기·인천도 과거보다 분양가 부담이 커졌다. 동기 경기도 아파트 호당 평균 분양가는 5억9996만원에서 6억1950만원으로, 인천광역시는 5억5098만원에서 7억3109만원으로 1년 사이 분양가 상승이 상당한 편이다. 지방광역시를 포함한 지방아파트 호당 평균 분양가는 2023년 5억6116만원에서 2024년 6억2561만원으로 6445만원 증가했다.

 

 높은 분양가 부담은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청약 대기자의 청약 선택을 한층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올해 1순위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4.5대1로 지난해 10대1보다 크게 낮아졌다.

 

 2024년 총 99개 단지가 1순위 청약접수를 진행한 가운데 이 중 52개 단지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52개 단지 중 69%인 36개 단지가 지방에서 공급됐고 지역별로는 울산(0.2대1), 강원(0.2대1), 대전(0.4대1), 경남(0.4대1), 부산(0.8대1)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 0%대의 저조한 청약성적을 나타냈다.

 

 이는 고스란히 지역 내 아파트 미분양 적체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6만4964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 포진해 있다. 이중 지방 물량은 5만2987가구로 전체 물량의 81% 정도로 압도적이다. 특히 대구가 9814가구, 경북이 9561가구로 미분양 물량 적체가 큰 편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전국 미분양은 5만7925가구 정도였다. 4개월 만에 7000여 가구 전국 미분양 물량이 증가한 셈이다. 아파트 청약시장이 양극화하면서 지방보다는 수도권 위주로 분양 대기수요의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지방 미분양 물량의 소진이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국 미분양 수치가 약 16만가구였다. 현재 6만5000여가구 정도라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시장의 시스템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보긴 제한적이다. 단 입주한 후에도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 1만2194가구 정도로 7개월째 상승 중이란 점은 우려스럽다.

 

 공사비 상승과 고분양가, 지방 미분양 적체가 지속하면 분양시장의 청약 양극화는 더 커지고 분양물량 공급진도율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아파트 공급 시장을 교란하고 수급불균형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해법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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