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급망 관리, 컨피규레이션이 필요하다

정민 법무법인(유) 지평 경영컨설팅센터 BI 그룹장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전기차, 반도체, 의료품을 포함한 중국산 수입품 다수에 대한 급격한 관세 인상 조치의 일부를 오는 8월1일 발효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무역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등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지난 14일 이탈리아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장관은 “유럽도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산 제품이 유럽으로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보호무역 도미노로 인해 우리는 또 다시 공급망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글로벌 공급망은 분업 체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였다. 자유무역주의가 1990년대 들어 확산되고, 중국의 WTO 가입 등으로 국제분업화를 기반한 글로벌 교역은 2000년대 후반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저성장 기조,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의 영향으로 교역 신장세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팬데믹과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안정적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주요국들은 자국의 핵심산업에 대한 지원강화와 함께 무역 규제도 크게 늘렸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 정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환경이 조정됨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공급망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 있는 기업이 분업해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고 제품을 생산해 저비용·고효율을 달성하는 린(Lean)공급망 관리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 분쟁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연성과 적응성을 강조하는 애자일(Agile) 공급망 관리를 강조해왔다. 2020년 이후 자국우선주의, COVID-19 등으로 세계 경제를 흔든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우리는 겪었다. 

 

 또한 환경과 에너지 관련 규제가 늘어나고 기업의 윤리적, 환경적 책임감을 중시하는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포용을 요구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결국 공급망 관리의 핵심 요소로 복원력(Resiligence), 그린(Gree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중요하게 됐다. 저비용·고효율 중심에서 복원력·안정·신뢰로 공급망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경영학의 파괴적 선구자인 헨리 민츠버그 맥길 대학교 교수는 상황에 맞춰 기업 또는 조직의 포지셔닝과 케이퍼빌러티의 통합을 강조했다. 또한 기업의 전략은 패턴화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 조합, 즉 컨피규레이션(Configuration)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경영 패러다임에 맞게 조직의 구조와 프로세스를 조정하는 전략이다.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서 나아가서 공급망 관리 전략의 재조정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효율성, 회복탄력성, 민첩성, 지속가능성, 그린 등 핵심 요소의 균형 잡힌 공급망 설계와 통합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컨피규레이션이 필요하다. 엔드 투 엔드(End to End) 공급망 및 운영 전략 수립을 통해 영역 또는 부서간의 장애물을 허물고 협업을 가능케 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공급망 전체의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한다면 신속한 의사결정과 비용 효율성 및 시장대응력이 제고될 것이다. 

 

 한편, 새로운 공급망 환경 변화를 기업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장의 조정기능에 맡겨놓을 수도 없다. 물론 정부가 ‘공급망 3법(소부장특별법·자원안보법·공급망기본법)’ 등 정부 차원의 공급망 안정화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환경 조성자로서, 우리 산업 GVC 여건에 맞는 자생력과 기술경쟁력을 갖춘 맞춤형 공급망 해법을 통해 위기를 기회를 바꿀 묘책에 대해서도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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