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전했던 국내 원자력 업계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지난 17일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선정했다. 내년 3월 본계약까지 마치면,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을 하게 된다.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원전 총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 규모가 최대 40조원에 달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한수원(주계약)은 한전기술(설계),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시공), 대우건설(시공), 한전연료(핵연료), 한전KPS(시운전, 정비)와 ‘팀코리아’를 꾸려 도전했다. 현재 두코바니·테멜린 원전에 원자로 6기를 가동 중인 체코는 최대 4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에서 입찰을 받았다.
한수원은 수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공사 기한 준수를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원전 세일즈’를 펼쳤다. 결국 한수원은 EDF를 따돌리고 5·6호기의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K-원전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원전 본산지인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유럽에선 폴란드,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 다수의 국가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전 신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체코 수주를 발판 삼아 유럽 각국이 추진하는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도전하면 추가 수주 낭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