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이 중요한 이유

최정욱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공인회계사

 

얼마 전 부동산 투자자와 세무 상담을 하면서 주식투자는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지만 부동산 투자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어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딱히 할 말이 없었지만,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까닭에 대해선 설명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꿈꾸는 이유는 주체별로 다를 수 있다. 투자자는 배당과 주가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원할 수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는 상장 추진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주식을 일부 매각할 기회를 가지기도 하는데, 주식시장 활성화로 가치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으며, 주가 상승시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금 마련 자체도 손쉽고 대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이 약하게 이루어지므로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는 상장한 회사의 경우도 동일하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야 한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부가 예산을 써가며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 합리적인가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질문이 앞선 부동산 투자자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세히 알려드립니다”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선진시장 및 신흥시장에 비교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데, 이는 자본효율성이 낮고 주가도 저평가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적을 ‘주가 저평가’의 해소에 있다고 생각하면 프로그램에 대해 오해할 수 있고, 그 핵심적인 목적을 ‘자본 효율성’제고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의 경제권이 보유한 자원은 유한하므로 발전을 위해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하는데, 자본 또한 유한하므로 다르지 않다. 통상적으로 한 국가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역할은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가 맡게 된다. 투자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찾고, 투자대비 수익율이 높은 순으로 투자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가 최대로 증대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의 효율적인 배치가 이뤄지게 된다.

 

한편, 우리 주식시장의 ROE가 떨어지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하고 있는 사업의 부가가치가 떨어져서 일 수 있다. 또는 사업으로 벌어들인 거액의 현금을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안정적이나 수익이 낮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는 경우일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일 수 있다.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은 먼저 후자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주주환원을 확대하거나 기업 성장을 위한 물적, 인적자본의 투자여부에 대해 주주와 소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 환원을 하지 않는 기업에는 자체적인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므로 기업의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주 환원의 경우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주식시장에서 계속 플레이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주에게 환원된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다시 투자될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의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을 찾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자본의 효율적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자본이 효율적으로 분배되면 사회 전체적인 부가가치가 증대되며, 이 과정 속에서 고용의 창출 및 개인 부의 증대가 이루어져 한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최정욱 KB국민은행 기업성장지원부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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