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물가 경로가 어느 정도 예상 추이대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및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봐가며 금리 인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 연준은 1일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한 결정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주목할 만한 건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의 선회를 시사한 점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진전 및 노동시장 여건이 예상에 부합하게 움직인다면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답변했다.
한은 워싱턴사무소는 이에 대해 “연준은 입수 데이터, 리스크 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금리 인하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오는 22~24일 열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보다 강한 신호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면서 결국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변수는 고용이 될 것”이라면서 “연준은 오는 9월과 12월에 각각 25bp씩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시선이 모인다. 한은은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은 물가상승률의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다만 언제 방향 전환을 할지는 외환시장 또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서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계 빚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한 달 새 6조5077억원이 증가했다. 올해 들어 20조원 가까이(19조7657억원) 불어났다. 집값 상승 기대감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까지 18주 연속 오르며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7월 금통위에선 모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기대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대출금리 하락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기대 선반영에 따른 기존의 대출 증가에 더해 추가로 가계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