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 14년만 와해 수순…계열사 각자도생 시작

지난 1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G마켓 성공 신화를 썼던 국내 이커머스 1세대 창업자의 몰락이다. 구영배 대표가 G마켓 매각 후 2010년부터 다져온 큐텐그룹이 14년 만에 와해 수순에 접어들었다.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후 대표에 대한 신뢰가 깨진 각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큐텐그룹에 흡수된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로지, 큐브네트워크 등에 물린 자금은 약 650억원대다. 대부분 판매대금 미수금과 대여금이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으로 넘어간 뒤 첫 회계 기간인 지난해 3∼12월 거둔 영업이익(342억원)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용증명은 통상 고소·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싸움으로 가는 절차로 인식된다. 때문에 두 기업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상황에서 계열사가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기에 더욱 힘이 실린다. 독자적인 매각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티몬도 대형 투자사와 투자 유치 및 매각 논의를 시작했고, 위메프도 독자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기약 없는 그룹 내 지원을 기다리다가는 다 같이 파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가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점도 있다. 그는 사태가 터진 뒤 20여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혔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와 진정성도 부족했다.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계열사의 재무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터진 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물론 회생 계획을 포함한 수습 방안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각 대표가 알아서 수습하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에서도 쫓겨날 위기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적 투자자(FI)가 주도한 것으로, 이번 사태의 여파가 그룹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해 사실상 손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현재 큐텐과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지분 95.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약 1600억원대 투자금을 넣은 주요 재무적 투자자가 현재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우선주,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 등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구 대표가 경영권을 잃을 수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크레센도가 사채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 40%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켜 글로벌 단일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 대표의 꿈은 무너졌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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