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들이 외국인 대출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 증가, 내국인과의 임금 격차 완화 등의 영향으로 대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웰컴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대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4월 체류 비자로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 ‘Hi-OK론’을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KB저축은행이 ‘키위 드림 론(kiwi Dream Loan)’을 출시했다. 키위 드림 론은 E-9 비자(비전문인력)는 물론 E-7 비자(전문인력)를 받은 외국인까지 포함된다. 이밖에 다올·세람저축은행 등 중·소형 저축은행들도 외국인 근로자 대출 시장 수요조사에 나서는 등 대출 상품 확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권 내 외국인 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건 웰컴저축은행이다. 지난 4월 웰컴저축은행이 선보인 ‘웰컴외국인대출’의 취급액은 4개월 만에 100억원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외국인 대출 차주 수도 1000명에 육박했다. 이 상품은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E-9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 저축은행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올해 국내 외국인 대출 취급액이 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보다 2000억원(60%) 늘어난 규모다. 그간 금융권은 연체 우려 등으로 리스크가 커 외국인 대출을 취급하는 데 있어 보수적인 기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 수가 크게 늘었고, 내국인과의 임금 격차도 줄면서 연체 등 리스크 우려가 줄어듬에 따라 외국인 대출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 말 195만6781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올해 6월 말 261만2328명으로 3년 반 새 34% 늘어났다. 또 지난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월평균 200만~300만원 미만을 버는 임금근로자는 44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7000명 늘었다. 한 달에 300만원 이상 버는 외국인 근로자는 31만3000명이다.
다만, 외국인 대출 시장 확대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전반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리스크가 줄었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귀국 등 부실 발행 후 회수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가 남아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보다 신용평가가 까다롭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성과가 바로 보이는 시점은 아니지만, 현재 저축은행들은 관련 상품들을 개발해 취급해나가고 있다”며 “그간 취급이 없었던 신규 영역이라는 점에서 고객 다변화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타 여신 상품과 비슷하게 건전성 지표 관리 등에 중점을 두고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