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브랜드의 이유있는 침몰] ‘아 옛날이여’ 무너지는 인텔 왕국

뒤늦은 신제품 개발 및 출시…AI 열풍 뒤쳐져
파운드리 재진출도 실패…TSMC 점유율은 더욱 확대
인력 구조조정·종전 사업 철수까지

인텔 홈페이지 갈무리

 

 한때 전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이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들어 컴퓨팅 등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에 실패하며 인공지능(AI) 열풍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3년 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 결정도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인텔은 AI 시장에서 지지부진하다. AI 붐 초창기이던 2017∼2018년 오픈AI 투자 기회도 놓쳤다. 그 사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오픈AI와 협력하며 AI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AI시장을 주도할 기술 개발 및 신제품 출시 시점도 늦었다. 인텔은 AI 반도체 칩 ‘가우디’ 시리즈를 내놨지만 출시 시기가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관련 시장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절대적인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위기를 키운 건 재진출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도 크다. 인텔은 2018년 파운드리 사업을 접었다가 3년 후 해당 사업에 공격적으로 재진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를 잡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여전히 시장 내 인텔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글로벌 파운드리 선두업체인 대만 TSMC는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2.3%에 달한다.

 

 절대적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내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텔의 서버 CPU 점유율은 76.4%다. 지난해 1분기(82.0%) 대비 5.6%포인트 줄었다. 경쟁사인 AMD의 점유율은 23.6%까지 늘었다.

 

 최근 실적도 나빴다.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신규 고객사를 늘리지 못한 탓이 컸다. 인텔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뒷걸음질쳤다. 2분기 중 16억1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인텔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전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4분기 배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통상 미국 주식시장에서 배당 미지급 결정은 경영진의 불신임으로 이어진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매각할 거란 소문도 흘러나온다. 씨티그룹은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인텔이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의 지분까지 매각할 거란 관측도 제기한다.

 

 자본시장은 인텔의 부진에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인텔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가량 하락했을 정도로 철저히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뉴욕지수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산업지수에서도 퇴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로이터는 지난 3일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선 현 시가총액 3위인 엔비디아가 인텔 대신 다우지수에 편입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