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갈등 새 국면 맞을까... 고려아연,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영풍·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해 이목이 집중된다. 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어 고려아연이 정부에 SOS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돼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때 해외 투자자 자금이 포함된 사모펀드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인수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MBK파트너스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면서 일각에서 자신들에게 ‘중국계 자본’이라는 프레임을 씌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하지만 MBK가 만일 향후 국내가 아니라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해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MBK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중국 매각설은 억측”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한층 강화하는 객관적인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은 자사가 다양한 첨단 산업과 연관되는 비철금속 제련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평한다.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전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약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 회사들이 돈으로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을 것”이라며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떤 것은 몇천억원짜리도 있다 보면 된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인데, 이게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부회장은 최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뒤에도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믿지 않는다”며 “중국이 세계 비철 생산의 절반을 하고 있고, 관련된 분야 생산의 절반을 전부 중국이 하는데, 당연히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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