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 공개매수가격 상향에 “묻지마 빚투로 경영권 뺏겠다는 검은 야욕”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확보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75만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야욕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종가는 각각 70만4000원, 2만2750원이었다

 

공개매수 청약 기간 중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으면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사라져 응모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상은 주주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반발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묻지마 빚투’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뺏겠다는 투기자본 MBK와 실패한 경영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검은 야욕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영풍은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 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대표이사들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누가 이런 결정을 주도했는지,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다시 법적 심판대 놓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특히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 등은 MBK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영풍 주주들에게 재산상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콜옵션의 가격 등 세부 조건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여유자금을 활용한 자금운용이 이사회 결의 사안이 아닌 데도 이를 공격한 바 있다. 그래 놓고 ‘적자 기업 영풍’의 수천억 원 대출에 대해선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다”며 “최윤범 회장의 경영을 독단적이라고 주장하며 적대적 M&A의 명분을 내세우던 MBK가 자신들이 손을 잡은 영풍의 막가파식 결정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MBK의 내로남불이 가히 가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고, 울산시장을 비롯해 시의회와 각 시민사회단체 등 향토기업을 살리겠다는 지역의 반발이 거센 데다, 소액주주들과 협력사까지 나섰지만, 투기자본의 탐욕과 영풍 장형진의 노욕은 귀와 눈을 가린 듯하다”며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제재 백화점’으로 악명이 높은 영풍과 투기적 자본 MBK가 적대적 M&A 시도를 지속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우려를 표하며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지만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빌런 연합’ 과속 질주는 멈추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인상은 결국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려아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불행“이라며 “MBK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들이 모두 이탈하고, 인력 감축과 노조 파업, 이로 인한 각종 금속의 생산 차질, 국내 산업을 넘어 국제금속 가격의 교란 등 앞으로의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의 경영진과 핵심기술진, 그리고 노동조합 등 근로자들은 다시 한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가 인상을 강하게 반대한다”며 “이번 M&A에 더 많은 돈을 쓸수록 비철금속 제련업과 이차전지 산업,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고려아연의 핵심 인력과 기술, 자산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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