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역대급 자금을 쏟아부을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이처럼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지에 투자하면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10일 인도법인 공모 예정가 범위를 주당 1865~1960루피(약 3만~3만1400원)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HMI 주식 8억1254만주 가운데 17.5%(1억4219만4700주)인데, 공모가가 확정되면 전체 공모 금액은 4조2000억∼4조5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HMI는 오는 14일 기관 투자자, 15∼17일 일반인 대상 공모 청약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BSE) 상장 시기는 오는 22일로 예상된다.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인도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IPO가 된다. 앞서 2022년 인도 생명보험공사가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조달한 것이 기존 최대 규모였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그룹 해외법인 가운데 HMI의 미래가 가장 밝기 때문이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세계 1위 인구(14억명)를 보유한 인도는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손꼽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다. 더구나 HMI는 현대차의 최근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한 점수를 받았다. 해당 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약 9200억원으로 2022년(약 7100억원) 대비 순이익이 30% 이상 올랐다. 수익률 역시 해외법인 9곳 가운데 가장 높았다. 현지 시장 점유율도 공고했다. 현재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한 상황. 1위인 일본 마루티 스즈키(41%)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뒤 남부지역 첸나이에 제1·2공장을 세워 연 8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월에는 첸나이공장 인근 타밀나두주와 2032년까지 3조2000억원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목적은 연 17만8000개의 전기차 배터리팩을 생산할 수 있는 조립공장을 신설하고 인근 주요 고속도로 거점 10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탈레가온 공장까지 양산을 시작하면 HMI의 연간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난다. 또한 기아가 아난타푸르에 연 생산 34만대 규모의 공장이 있는데 향후 연간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향후 현대차그룹의 인도 현지 생산량은 연간 150만대까지 올라가게 된다.
현대차 인도법인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HMI는 26년 이상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두 번째로 큰 현지 자동차 회사로 입지를 지켜왔고, 이제 한 번 더 도약하고자 한다”며 “IPO를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속가능한 사업에 더욱 전념하고 거버너스 측면에서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며 인도에서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