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의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인프라 확장에 나섰다.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미국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것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21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절차는 양국 감독 당국의 인허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한화생명이 미국 증권사 지분을 인수한 것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세계 최대 금융 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금융 상품을 소싱하고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올 5월에는 인도네시아 은행에 지분을 투자하며 해외 은행업에 발을 내디딘 데에 이어 증권사 지분 매입으로 글로벌 사업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취임한 뒤 해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금융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인수는 대한민국 리딩 보험사의 역량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마중물이자 장기적 성장을 견인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해외 법인 및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장기적 수익성을 강화하고, 해외 금융 사업과의 시너지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기관 투자자로서 대체 투자 분야에서의 강점을 활용해 전통적으로 기관에만 제공되던 다양한 투자 기회를 개인 고객들에게도 제공함으로써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2003년 설립된 벨로시티는 뉴욕을 거점으로 기관 투자자 대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산·결제서비스, 주식대차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최근 한국과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상장주식 중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벨로시티의 핵심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직접 활용하고, 증권업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회사를 지속 성장시켜온 기존 경영진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은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누적 흑자 전환을 기록해 국내 보험사가 단독 출자해 설립한 해외 현지법인 중 최초로 본사에 배당하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 5월에는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의 지분 40.0%를 매입하는 SPA 계약을 체결하며 동남아시아 확장 전략을 펼쳤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정체 상태에 직면한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성장 시장 확보와 고객 확장 전략을, 미국에서는 자본시장에서 우수한 투자 기회와 인력 확보 전략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