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건축 선도지구가 발표되면서 1991년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정비 사업이 첫걸음을 뗐다. 정부는 ‘속도전’을 통해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주대책, 추가 분담금 문제 등 변수가 많아 정비 사업이 정부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13개 구역에서 모두 3만5987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구역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를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잡았다. 최소 8~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 과정을 최대한 앞당겨 6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복안이다.
관심은 이주대책에 쏠린다. 이주대책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중요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들어 이주단지 조성, 영구임대 재건축 등 다양한 이주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업계에서도 이주단지에서 장기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나왔다. 결국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대적으로 이주단지를 짓는 대신 인근 주택 공급을 늘려 이주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주택 공급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공급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주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량이 나올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부터 공급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이주대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주대책과 광역교통 개선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의 생활 불편과 지역 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휴부지 개발 등의 이주대책과 광역교통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3만가구가 넘는 물량의 이주시기가 2027년 겹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철저한 이주계획을 통해 전·월세 가격 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추가 분담금 역시 암초로 꼽힌다. 현재 재정비 기준 용적률(아파트 기준)은 ▲분당 326% ▲일산 300% ▲평촌 330% ▲산본 330% ▲중동 350%다. 단지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무엇보다 사업성에 따라 추가 분담금 문제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선도지구 내에서도 사업성에 따라 진행 속도가 양극화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선도지구로 선정됐더라도 추후 사업성과 분담금 부담에 따라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효선 수석전문위원은 “현실적으로는 분담금 수준에 따라 구역별 사업 진행 속도가 차이가 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성 개선을 위한 대책이 선행돼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