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얇아진 지갑…‘기후플레이션’ 현실로

-카카오, 원두 등 원료 주 생산국 기후변화로 재배량 급감
-초콜릿, 과자, 라면 등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최근 가격이 20% 오른 오리온 초코송이가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돼 있다 뉴시스 

 

지구온난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을 몸으로 느끼는 시대가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콜릿, 커피, 라면, 치킨과 같은 먹거리 가격 상승은 기후플레이션 때문이다. 각 식료품의 원료가 생산지의 기후변화로 작황이 부진하며 가격이 오르자 완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코코아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가루(코코아)의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엘니뇨(동태평양의 바닷물이 따듯해지는 현상)에 따른 폭우와 폭염으로 카카오 재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과업계의 초콜릿 관련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이날 오리온은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올렸는데 그 중 코코아가 주원료인 초코송이와 비쵸비는 20%까지 인상했다. 같은 날 해체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6% 높였다. 빼빼로와 가나초콜릿으로 대표되는 롯데웰푸드 역시 지난 6월 17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린 바 있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인스턴트 커피에 들어가는 로부스타 원두의 경우 지난 4월 국제상품거래소의 t당 가격이 역대 최고인 3948달러(약 550만원)를 찍었는데 주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극심한 가뭄에서 기인한 수치였다. 이에 동서식품이 지난달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의 가격을 8.9% 인상했고, 스타벅스 코리아도 아메리카노와 원두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

 

과자와 라면을 만들 때 주로 쓰이는 팜유 가격도 많이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팜유의 t당 가격은 1089달러(약 152만원)로 1년 전과 비교해 19% 상승했다. 팜유는 기름야자의 과육에서 짜낸 기름으로, 기름야자의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 상승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 올리브 생산국인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의 영향을 받으면서 올리브유의 국제 가격이 치솟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환경 분야 관계자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직간접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최근 서민 먹거리의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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