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법 시행으로 채무자는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되고, 연체이자 부담도 합리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선 내년 1월 16일 계도기간까지 개인 채무 조정 등의 제도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채무와 관련된 변경 사항을 파악하고, 지나친 채권 추심에서 벗어나 재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 연체 중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요청권이 신설됐다. 금융사는 기한의 이익 상실 등 채무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동이 있으면 채권회수조치 이전에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통지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채무조정 심사를 위해 금융사는 채무조정 내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채무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조정 요청 서류 보완에 3회 이상 따르지 않거나 채무조정 합의가 해제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을 경우엔 금융사는 재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방문,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의 방법을 모두 포함해 채무자에게 하는 추심 연락을 7일 7회 이내로 제한하도록 바뀌었다.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1주일에 28시간의 범위에서 채무자가 지정하는 시간대나 특정 수단을 통한 추심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채무자 본인이나 배우자와 그 직계 존·비속의 수술·입원·혼인·장례 등이 발생한 경우 3개월 이내 채권자와 합의한 기간에 추심을 유예할 수 있다.
채무자는 신용정보원의 ‘크레딧포유’ 홈페이지의 ‘채권자변동정보’에서 연체된 개인 및 개인사업자 대출, 신용카드 거래대금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연체 금액, 현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 채권자가 추심을 위탁한 경우 위탁 추심회사, 소멸시효 완성 여부뿐 아니라 통신채무도 확인할 수 있다.
소액의 통신 요금 연체에 대한 추심 걱정도 줄어들었다. 연체된 모든 회선의 핸드폰·유선서비스 요금, 콘텐츠 이용료 등을 합쳐 30만원 미만이면 추심 금지 대상에 해당된다. SKT는 지난 1일부터, KT와 LGU+는 각각 오는 8일, 31일부터 30만원 미만의 통신 요금을 3년 이상 연체한 경우에는 추심하지 않을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달라진 추심 관련 제도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고 과도한 추심에서 벗어나 채무자는 빚을 성실하게 상환하고 채권자의 회수 가치도 제고되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개인채무자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여신관리부 산하에서 개인채무조정 제도 및 프로세스 전반을 총괄하는 ‘개인채무조정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가계 및 자영업자의 상환 부담을 낮추고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도 채무조정 성실상환자의 신용회복 및 재기 지원에 나선다. 양사는 신용회복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개인채무조정 이행자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신용점수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개인채무조정 성실상환자의 신용카드 발급 지원 사업을 위해 신복위에 13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신복위는 기부금을 채무조정 성실상환자들을 위한 소액 신용카드 발급 보증 재원으로 사용한다.
하나카드는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지원을 위한 전용 카드상품 개발 및 전산 구축을 통해 내년 1분기 신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최대 6만5000명의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1인당 100만원 한도의 소액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