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빛과 그림자]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금융사들 수익성 악화 ‘우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시스

개인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금융권은 연체율 악화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이 올해 10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은 채무조정과 추심, 연체이자 부과 등의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한이익상실 예정의 통지 절차 강화 ▲연체이자는 원금이 아닌 연체 금액에만 적용 ▲추심 연락 7일 7회 초과 제한 ▲채무자 직접 채무조정 요청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연체율이 악화하거나 업체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채무조정 악용 가능성이 있다. 채무조정의 대상은 원금 3000만원 미만 개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 계좌별 기준을 활용한다. 10억원 넘는 고액대출이 있더라도 특정 은행에 1000만원짜리 소액대출이 있다면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또 채무자가 개별 금융사를 방문해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기에 기존의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원금에 부과하던 연체이자가 연체 금액에만 적용돼 연체액이 줄어들었다. 최근 카드사들의 수익 구조는 바뀌었다. 주 수익원이었던 카드결제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낮아지며 더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카드사들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카드단기대출)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10월말 기준으로 42조원을 돌파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시행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줄어들었다고 우려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채무자에게 유리하게 바뀐 부분이 있어 카드사들의 수익원이 줄어들었다. 채권 양도도 제한되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많이 빌려줄수록 돈을 못 받을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연체 시 카드사 이자 부과와 채권 양도 조건이 기존보다 까다로워지면서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 양도의 제한으로 건전성 관리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채권 양도 시 채무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엔 양도가 금지된다. 채무조정 중이거나 세 번 이상 양도된 채권도 양도가 제한된다.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서 연체율 상승은 악영향을 끼친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롯데·우리·하나·BC카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6452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했지만 연체율은 1.69%로 1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양도 제한으로 연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기한이익상실 예정 통지 절차가 강화되면서 카드사의 채권 회수도 더뎌진다. 기한이익 상실은 금융사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만기 전에 회수할 권리를 뜻한다. 카드값 연체 등으로 신용위험이 커지거나 폐업·파산 등의 이유로 만기일에도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판단될 때 이뤄진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 연체된 금액에 대해서만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있어 수익성 보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추심횟수 제한 등으로 채권 회수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부담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