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대출을 갚기 어려운 개인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해 빠르게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금융사가 빌려준 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주된 내용은 크게 ▲금융사 자체 채무조정 제도화 ▲연체에 따른 과다한 이자 부담 완화 ▲불리한 추심 관행 개선 ▲채권매각 규율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을 연체 중인 채무자는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요청권’이 신설됐다. 심사를 거쳐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하거나 상환유예를 해주는 등 조정이 결정된다. 금융사는 채무조정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 조정 결과를 고객에게 알려줘야 한다. 채무자의 연체이자 부담도 합리적으로 줄어들었다. 추심 연락도 주당 7회로 제한된다. 특정 시간대나 방식으로 연락을 제한할 수도 있으며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추심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에선 내년 1월 16일 계도기간까지 개인 채무조정 등의 제도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여신관리부 산하에서 개인채무조정 제도 및 프로세스 전반을 총괄하는 ‘개인채무조정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는 신용회복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개인채무조정 이행자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일상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고 신용점수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규모가 작은 대부업체는 현실적인 문제로 한계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개 대부업체 대상으로 실시한 개인채무자보호법 준비실태 현장점검 결과 채무자 안내가 일부 누락됐다. 이들 30개 대부업체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의 3%에 불과하지만, 법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개인채무자 중 대부업 이용자 수는 46%, 채권 금액 기준으로는 34%에 해당한다.
법을 악용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액 대출 차주의 채무조정을 제한하는 기준이 없어 영세 채무자 지원이라는 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연체율이 악화하거나 업체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채무조정 악용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원금에 부과하던 연체이자가 연체 금액에만 적용돼 연체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체 시 카드사 이자 부과와 채권 양도 조건이 기존보다 까다로워지면서 연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은 채권기관의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와 개인채무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봤지만, 아직 채권기관의 채무조정 지원실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