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수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경제 위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경제 버팀목이 흔들리는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에서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아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내년 초 집권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 관세 정책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 압력과 달러화 강세로 물가 상방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왔지만, 올 2분기에는 -0.2%까지 내려갔다.
3분기 성장률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자동차·화학제품은 0.2%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중심으로 3.6%나 줄었다.
내수는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렸다. 항목별로 설비투자(0.6%포인트), 정부소비(0.3%포인트)에서 기여도가 높았다. 다만 건설투자(-0.5%포인트)와 민간소비(-0.3%포인트)는 낮아졌다.
국민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소득을 의미하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대비 1.4% 증가한 5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 GNI는 1분기에 2.4%로 크게 늘었지만 2분기 -1.4%로 대폭 줄었다. 그러다 3분기에 회복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실질 GNI는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손실이 축소됐고,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상회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속보치와 같은 0.1%로 나오며 소폭 성장하는데 그친 가운데, 내수지표도 나빠져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에서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IB 8곳이 지난 10월 말 내놓은 내년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UBS는 2.1%에서 1.9%로, 노무라는 1.9%에서 1.7%로, JP모건은 1.8%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말(1.8%)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며, 내후년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올 4분기 성장률 둔화와 내년 트럼프 2기 아래에 미국 관세리스크를 고려해 내년과 후년 전망치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의 수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UBS 등은 2%대의 전망치에서 모두 1% 중후반으로 낮췄다.
이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한 달 사이 2.3%에서 2.2%로 낮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2.5%에서 2.2%로, 씨티가 2.3%에서 2.2%로 각각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양호한 수출 경기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확대가 아시아 주요국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파급이 있을 것”이라고 요약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