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환대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대출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9일부터 타금융기관 대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15, 햇살론뱅크) 등은 계속 판매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5일에도 비대면 전용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비대면 상품뿐 아니라 영업점에서 대환대출도 중단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말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지난 4일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최대 1.4%포인트 없앤다고 공지했다.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을 포함한 8종의 상품의 금리가 일제히 상향 조정된다. 나아가 우리은행은 연장·재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된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상호금융권에서도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협중앙회가 지난 5일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점검 회의 결과를 반영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며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에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타 금융기관의 주담대 대환을 전국적으로 전면 중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존에 수도권에 한정됐던 대환대출 제한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다주택자가 주택구입자금을 목적으로 신청하는 담보대출은 잔금대출을 포함해 모두 취급을 중단한다. 연내 인출이 필요한 사업장에 대한 중도금대출 신규 취급도 제한한다. 이번 규제는 연말까지 시행되며 신협은 필요할 경우 기간 연장을 검토할 방침이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신협은 가계대출 관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포용 금융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도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732조812억원)과 비교해 1조2576억원 확대된 규모다. 10월 증가분도 이와 비슷한 1조114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출이 급증했던 7월 7조1660억원, 8월 9조6259억원, 9월 5조6029억원과 비교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금융업계에서는 당분간 은행권의 대출 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출증가율이 소폭 하락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기업대출, 가계대출 모두 전반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향후 대출증가율은 5% 정도로 점차 낮아질 전망인데, 시장금리 하락 속도에 따라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