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힘을 합쳐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2차 내란’, ‘위헌 통치’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해 수사하고 군 통수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한 총리, 주 1회 이상 회동…국정 공백 없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 다음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자신의 임기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한 대표는 “질서 있는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당내 논의를 거쳐 그 구체적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과 국제사회에서 우려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표는 “지금 진행되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기관 수사가 엄정하고 성역 없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정부나 당이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라도 옹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 한 대표는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대표와 국무총리 간 회동을 주 1회 이상 정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도 “현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국무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과한 뒤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 총리는 “저를 포함한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두고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 총리는 “비상시에도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그 부수 법안의 통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예산안이 조속히 확정돼 각 부처가 제때 집행을 준비해야만 어려운 시기에 민생 경제를 적기에 회복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님의 리더십 아래 여야 협의를 통한 국회 운영 등으로 경청과 타협, 합리와 조정이 뿌리내리길 희망한다”며 “정부가 먼저 몸을 낮추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등 “합법적 권한 없는 위헌 통치”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총리와 한 대표가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담화문과 관련해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대통령 권한의 이양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그 절차는 헌법과 국민 주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국민 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중단시키고 현재의 불안정한 국가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 회담을 제안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야당 주요 인사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 본청에서 한 대표와 한 총리의 공동담화문 발표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란이 한동훈∙한덕수 검찰 합작 2차 내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해 수사하고 군 통수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하고 특검으로 가야 한다”며 “국회는 신속하게 내란 특검을 통과시키고 군 검찰과 협력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와 한 총리를 향해 “윤 대통령과 두 사람이 합의한다고 1분, 1초의 위헌 통치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한 총리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는 것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전시상황이 생기면 대통령 외에는 누구도 군 통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책임총리제 운운은 현행 헌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나라를 완벽한 비정상으로 끌고 가자는 위헌적∙무정부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혁신당 ‘탄핵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의 주 1회 회동으로 대통령 직무를 대신하겠다는데, 그 어떤 헌법적 법률적 근거가 있나”라며 “내란 및 군사 반란 수괴 윤석열과 통모해 ‘2차 친위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는 특히 한 대표를 겨냥해 “민주적 절차로 국민에게서 국정 운영 권한을 위임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총리와 함께 대통령을 대신하느냐”며 “그 자체로 위헌이고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서울고검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관련 고발장이 많이 접수돼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이라며 “고발이나 고소가 되면 절차상으로는 (피의자로 입건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제 장관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더 이상 국정 공백과 혼란이 생겨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