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랙홀에 빠진 韓경제] 경제전문가 4人 긴급진단…韓경제 짓누르는 리스크 진단·극복 방안은

전문가에게 위기 벗어날 방법 들어보니

왼쪽부터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 경제가 ‘탄핵정국 장기화’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한국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원래도 힘을 쓰지 못하던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등 경제 전문가 4명에게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들어봤다.

 

 

 

◆불확실성 연속…날뛰는 환율 해소 ‘시급’

 

 전문가들은 지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하루 빨리 종결돼야만 우리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널뛰는 환율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신인도가 떨어질 때 외국으로부터 여러 가지 수출이나 수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가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내년도 상반기쯤 결과로 나타날 텐데, 이렇게 되면 성장률 측면에서 내년 상반기엔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낮은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단은 정치권에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면서도 “워낙 원·달러 환율이 평가 절하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환율을 안정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최대 40조원 규모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집행한다고 밝혔는데, 이게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우선적으로 채권 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명예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 폭을 줄이고,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며 “여기에 여야가 합의를 통해 재정 지출을 늘려서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엄 사태가 장기화되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류 교수는 “금융 시장이 하루하루 굉장히 긴급하게 변동하면서 불확실성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식, 채권, 외환시장 세 곳에서 다 나타나고 있다.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 역시 “근본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면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탄핵안 표결 무산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환율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생 안정·내수 회복 집중…정치적 안정이 근본 처방 

 

 나아가 전문가들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민생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류 교수는 “콘트롤타워가 있을 때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갔나”라고 지적하며 “올해 경제가 얼마나 잘못 운영돼 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연초에 경제성장률이 2.6%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에서 2.2%라고 발표했다. 내수 경기는 사실은 비상계엄 이전에도 더욱 굉장히 어려웠었는데 지금 더욱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 내린 것은 내수 진작을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지금 대외 여건이 개선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소비를 살려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잘 되게끔 배달 수수료 등을 낮추도록 노력하거나 카드 신용판매 등을 확대해 내수 진작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고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대기업에 가격 상승폭을 안정화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물가 안정과 내수 진작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최상목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가 수리된 것은 아니다. 또 정부라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위험이 높아질수록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는 취약한 면은 있지만, 긍정적인 면은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신사업 육성 및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치적인 혼란도 잘 극복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라는 진단이 대부분이었다. 강 교수는 지금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정치적 일정이 확실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은 조기 퇴진을 얘기하는데, 가능하다면 어떠한 일정으로 이를 진행하고, 정상화할지 등에 대해 제시해야 한다”며 “사태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직무 정지가 이뤄지면 바로 권한 대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정치적으로 안정화가 되지 않으면 아주 중병을 앓고 있는데 소화제나 진통제를 먹이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정민·유은정·이주희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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