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금융당국과 유관기관까지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변동성 대응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인사와 금융사 제재 발표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김병환 위원장 취임 이후 이달 중 첫 연말 인사를 계획 중이었다. 애초에 김소영 부위원장의 교체와 금융위 1급 연쇄 이동이 예상됐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인사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김 부위원장은 내년까지 3년의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아가 금융공기업과 유관기관의 후임 인사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와 서민금융진흥원도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계엄 사태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권남주 캠코 사장은 내년 1월 중순경 임기를 마무리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이재연 원장은 내년 1월1일로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캠코와 서금원 원장의 경우 임추위에서 후보자 정해지면 금융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사장 자리로 오게 된다. 이 자리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보니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정기검사 결과 발표도 미뤄졌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한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검사 결과를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금감원은 정기검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백브리핑에서 “우리은행 불법대출이 현 회장과 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로 발견돼 중점 검사 사항으로 보고 있다”며 “12월 중 검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할 때 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정기검사 내용도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가 미뤄진 만큼 후속 조치인 제재 절차도 순차적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해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보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에 따라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외화 자금이 이탈하는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사 제재보다는 시장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 경제 상황과 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은행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며 “시장과 소통하며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조치 일환으로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하고 시장 상황을 실시간 점검에 나섰다. 외화자금 시장이 경색됐을 때를 대비해 업권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외화자금 변동 추이에 대한 점검 주기를 일별로 단축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나아가 해외 투자자와 해외 금융당국 등과 면담을 거쳐 정치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