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과 경기지역 빌라(연립·다세대) 임대 시장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전세사기 포비아’로 빌라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전월세 12만7111건의 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에 달했다. 이는 국토부가 실거래가시스템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의 29.5%에 비해 24%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올해 아파트의 월세 비중 41.6%와 비교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서울의 연립·다세대 월세 비중은 2020년까지만 해도 29.5%에 그쳤다. 하지만 저금리 장기화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며 2021년 월세 비중이 33.0%까지 높아졌다. 이후 빌라 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의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하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우려해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돌리는 임차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월세 비중은 2022년 39.5%, 지난해에는 48.1%로 증가하더니 올해 들어 50%를 넘어섰다.
경기지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올해 경기도 연립·다세대 전월세 신고 6만3520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3만2760건으로 전체의 51.6%에 달했다. 2020년 30.6%보다 21.0%포인트 높아졌다.
월세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연립·다세대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102.0을 기록하며 2021년 6월 기준(100)일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도의 월세가격 지수는 올해 10월 101.9로 2022년 11월(102.0) 이후 가장 높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