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계엄 여파로 흔들렸던 국내 증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로 보면 탄핵안 가결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완화로 해석됐다. 따라서 국내 주식 시장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과거 두 번의 탄핵 시점 이후 증시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두 번 모두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코스피 지수는 탄핵안 발의부터 가결까지 4거래일(3월 9~12일) 동안 5.7% 하락했지만 이후 4월 15일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기간까지 10.3%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2016년 12월 9일 통과됐다. 앞서 10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4.1% 하락했다. 그러나 가결 이후부터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일까지 약 3개월간 25.5%나 급등했다. 2017년 한 해 전체로 보면 코스피 연간 수익률이 22%로 호조를 보였는데, 이전해(2016년) 마이너스를 보이던 수출 증가율이 2017년 플러스로 반전하며 국내 수출 경기가 호조를 보인 것도 증시 상승 동력이 됐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비슷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4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급락했다. 특히 실제 첫 탄핵 시도가 불발된 직후인 지난 9일 코스피 지수가 2.78%, 코스닥 지수가 5.19% 급락했지만, 다음날부터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안정세를 찾았다. 10일부터 13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13일에는 장중 한때 250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순매도 규모가 3986억원으로, 최근 한 달간 주간 순매도액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9포인트(0.22%) 내린 2488.97에, 코스닥지수는 4.80포인트(0.69%) 오른 698.53에 장을 마쳤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헌재 판결 전까지 정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완화될 가능성은 높다. 헌재 판결 이후에는 빠른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국정동력 소실과 사회혼란 및 시위 확산은 소비주와 기존 주도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계엄 가능성 소멸과 정치 리스크 완화 수순은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할 시 국내 증시에서는 연간 낙폭 과대 업종 중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반도체·은행·소프트웨어·IT하드웨어·방산)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코스피가 연초 수준인 2600선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두 번의 탄핵 당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데다, 1%대 장기 저성장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로 통상환경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시 주가가 상승한 2016~2017년에는 수출이 개선되는 추세였지만 현재는 수출 둔화 국면”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개선에 크게 기여하기도 어려운 만큼 경기에 덜 민감한 소프트웨어, 필수소비 업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