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그래도 산업시계는 돈다] 얼어붙은 내수 어떻게 살려야 하나...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고물가, 고금리로 침체한 내수 경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태로 인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일관성과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의 폐업한 상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안 그래도 고물가, 고금리로 침체한 내수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수 진작을 위해 일관성과 실효성 있는 정부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20일 국정안정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수 진작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정은 현재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 한시 상향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카드 소비 증가분에 대해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지자들의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최근 ‘엇박자 정책’을 내놨다. 지난 17일 금융위는 내년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305만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을 고르게 인하하는 게 골자다. 이전 수수료 산정 때마다 꾸준히 영세가맹점에 인하 혜택을 집중한 것과 달리 차상위인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결제 수수료율도 내려 각 가맹점에 미치는 수수료 절감 효과는 적어졌다. 카드수수료 인하 강행은 카드 결제 혜택을 줄여 오히려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언뜻 소상공인 지원대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떻게든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정책이다. 전형적인 정책 엇박자다. 한쪽에서는 에어컨을 트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난방을 켜는 격”이라며 “범정부적으로 내수 진작책을 펴야 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향상,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최와 같은 정책이 내구재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수수료 인하가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카드수수료를 낮춰준다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 카드수수료를 동결하거나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절차다. 해당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수수료율이 낮아져 왔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내수 진작책으로 대출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배달앱 수수료 인하 등을 꼽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시적인 정책보다 거시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1월 추경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 추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도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현안은 배달 앱 수수료 인하다. 최근 소상공인이 배달앱에 지급하는 중개수수료가 인하됐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낮추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것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수 진작을 위해 지역사랑 상품권(지역화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역화폐 사업은 지역 자금 역외 유출을 막고 소상공인 터전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 돈이 돌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야당은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은 물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과 소득을 늘려 지역경제를 선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지역화폐 활성화 대책에 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 교수는 “지역화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장년층은 지역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내수 진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지역화폐 규모를 늘리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규모가 너무 커지면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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