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면서 재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5일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우리나라 정·재계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과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를 구축하면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르면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고 말했다. 대화는 10분에서 15분 정도 이어졌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식사를 함께했고, 별도로 여러 주제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했다”며 “대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 관련한 언급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한국 재계에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가교 구실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뭔가’라는 질문에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가교 구실을) 하겠나”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16일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러왔다. 당초 3박4일 일정으로 알려졌으나 체류 기간이 5박6일로 늘어나면서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토대로 국내 재계와 트럼프 당선인 측을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만 4차례 만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정 회장의 이번 마러라고 리조트 방문에 앞서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3차례 찾아 정 회장과 만났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같은 개신교 신자로 종교적으로도 매우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