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30대 그룹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장급 이상 고위직 감소폭이 그 이하 직급보다 더 컸고, 4대 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1명에 불과했다.
2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기준 상위 30대 그룹 중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한 21개 그룹 245개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임원인사에서 승진자는 총 130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442명보다 9.6%(139명) 줄어든 수치다. 임원승진 계열사가 지난해 152개에서 올해 4개 더 늘었났으나 전체 승진임원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사장단 이상 승진 인사의 감소폭이 컸다. 초임 임원인 상무급 승진자는 지난해 1129명에서 올해 1021명으로 9.6% 줄어들었으나 사장단 이상 고위직은 43명에서 24명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회장 승진자는 정유경 신세계 회장과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2명이다. 부회장 승진자는 지난해 11명이었으나 올해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부회장, 홍순기 ㈜GS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에 불과하다.
4대 그룹에선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3년 연속 부회장 승진자가 없다. 사장 승진자도 지난해 32명에서 올해는 20명(-37.5%)을 기록, 3년 연속 고위직 승진자가 감소했다.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많은 그룹은 농협, CJ, DL,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5곳이며, 나머지 17개 그룹은 줄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한화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올해 임원인사를 발표한 한화그룹 13개 계열사 승진자 수는 총 62명으로 지난해(99명)보다 3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GS -33.3%(지난해 42→28명), 롯데 -22.0%(123→96명), HD현대 -12.2%(82→72명), LG -11.9%(135→119명) 등의 순으로 임원승진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임원 승진자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127명→82명)했던 SK그룹은 올해도 그 수가 줄어들어 75명을 기록했다. 계열사별로 차이가 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힘입어 크게 실적을 개선한 SK하이닉스가 지난해(13명)보다 3배가량 많은 34명을 승진시킨 반면, SK텔레콤의 승진자는 17명에서 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임원승진 감소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삼성이다. 지난해 265명에서 올해는 260명으로 5명(-1.9%)만 감소했다. 삼성의 승진 임원은 지난해 265명에서 올해는 260명으로 5명(1.9%) 감소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145명에서 139명으로 6명 감소한 가운데 삼성SDI(21명→12명)와 삼성중공업(13명→5명)의 임원 승진자는 급감했다. 반면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8명→11명)과 삼성증권(4명→6명)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