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를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 운영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결된 중개업체에 선박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심사를 거쳐 통과 승인을 받으면 통행료 협상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란은 국가별로 1~5등급을 매겨 우호적인 국가의 선박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통행료 부과 구상은 유엔해양법(UNCLOS)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있으며, 실제 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결제 구조 역시 아직 불확실하다. 일부 이란 언론은 해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 연간 최대 1000억달러 규모(척당 약 200만달러×하루 평균 140척×365일)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기존 수에즈 운하 통행료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수에즈 운하와 유사한 수준의 요금을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50억~300억달러(척당 약 40만달러 기준)의 수익이 보다 현실적인 추정으로 평가된다.
한편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방식이 기존 ‘페트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 구상은 달러 체제를 흔들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국제 금융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2012년 유럽연합(EU)은 이란의 핵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으며, 이후 2015년 핵합의(JCPOA)를 통해 일시적으로 복귀했으나 2018년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다시 차단된 상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통행료 결제 방식 역시 SWIFT를 우회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안화 결제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결제 구조에 일정 부분 도전하는 성격을 갖지만, 국제 유동성과 인프라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제3국 간 거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에는 제약이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달러 기반 시스템의 확장 형태로 볼 수 있다. 만약 이란의 주요 목적이 페트로달러 체제 약화에 있었다면 위안화 중심 결제를 채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약 99%가 달러 기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의 선택은 제재 회피를 위한 현실적 수단 확보에 가깝다. 이에 따라 실제 통행료 결제의 상당 부분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의 스테이블코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원활히 작동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 테더(Tether)와 서클(Circle)이 이란 가상자산 거래소 Wallex 관련 계정 약 249만달러를 동결한 사례에서 확인되듯,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규제 준수를 우선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이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SWIFT망을 우회하려는 시도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다양한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러한 자산 동결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란이 스테이블코인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축적하기보다는 단기 결제 및 정산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