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운명의 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시장 구조적 변화 일까

5월 9일 중과유예 종료 앞두고 급매·매물 증가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 커져
"주요 지역 중심으로 상승세 지속 여지"

오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제도 종료 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송파와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강남구는 물론 용산구와 성동구 등에 알짜배기 부동산을 보유 중인 50대 주류 사업가 박모 씨는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제도 종료를 앞둔 시점에 여러 채 주택을 계속 갖고 있을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버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박 씨는 “대통령이나 정치권에서 아무리 집값 안정화 이야기를 해도 믿을 건 부동산뿐이고 지금까지 그래왔다”면서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 건설비용도 상승세고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집중도가 약화될 기미가 안 보이는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겠냐”고 반문했다.

 

 # 서울 노원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임모 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내집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요즘 들어 다시 내집 마련의 기회가 올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일 이어지는 부동산 관련 발언과 함께 실제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새로운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임 씨는 “부동산 폭락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아파트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이번에 내집 마련을 해볼 생각”이라며 “아파트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지면 그간 주식을 통해 모은 자금과 전세금을 더해 주택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제도가 종료를 앞둔 가운데 향후 대한민국 부동산 생태계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이 조처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대규모 주택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비거주용 주택을 부동산 매매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3월엔 ‘강남 3구’ 등 이른바 프리미엄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증가세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큰 폭 상승했던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 양상도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제도 종료를 앞두고서 급매로 다주택 물량을 처분하거나 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 전략도 나타났다. 최근엔 매매 건수가 줄고 호가도 상승 반전하는 분위기도 재차 감지된다. 향후 집값의 향배는 7월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 금리 인상 가능성,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 “강남 3구 가격 잡혔다” 靑, 정책 효과 기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투기를 억제하고 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에 가산세율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조정대상지역 내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높아진다. 해당 제도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주택 거래 활성화를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료 시점이 1년씩 연장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중단 조치를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4건의 글을 올리며 강력한 정책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는 단기간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거주용이 아닌 부동산을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취지다. 대통령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종료 입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정책 효과를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발표 이후) 강남 3구 및 용산구의 매물이 46%가 증가했고,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주택시장 흐름이나 역사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의 한계도 일부 인정했다. 김 실장은 “서울 외곽 14개 구의 경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실수요가 많아 여기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 증여로 세금 회피…급매 줄고 호가는 슬금슬금

 

 이미 제도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파트 매물은 감소 전환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7일 기준 6만955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 아파트 매물은 올해 초 5만건 중반대를 유지하다가 2월 들어 6만건대로 올라섰고, 지난 3월 21일 8만80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던 게 양도세 세금 폭탄을 우려한 급매가 소진되면서 아파트 매물은 1만건가량 줄며 6만대까지 줄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증여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중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 주택 수 분산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요로 분석된다. 이는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유통 물량을 줄여 공급 가뭄이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 매물이 더 이상 풀리지 않으면서 집값이 오름세로 전환할지도 주목된다. 세금 공포에 따른 매물로 2월 중순부터 약 5~6주간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매매가는 강보합세에 그쳤지만, 이후 전주 대비 상승률이 0.1%를 넘어서면서 상승 압력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4주차까지 2.65%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발생하는 지역과 관망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지역이 혼재돼 나타나며 서울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뉴시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양도세 중과유예 폐지는 다주택자 보유주택에 대한 것이라 이것만으로 전체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만큼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1주택 및 갈아타기 등의 수요는 지금 현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상승 폭이나 시기는 지역별·가격대별로 상이하겠지만, 집값의 흐름도 기존과 동일하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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