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입니다.”
최근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중국발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에 대해 묻자 근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가올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C-커머스’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까지 처한 과정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소비자는 로또를 긁는 심정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이를 벗어날 묘안이 없어 보인다. 발빠르게 움직여야한다.
C-커머스란 중국(China)과 ‘e-commerce’의 합성어로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의미한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패션) 등이 대표적이다. 면세 혜택과 KC 인증 의무 면제로 인한 비용절감, 국내 중간 유통마진이 없다는 점 등을 살려 초저가 상품을 쏟아낸다. 이들은 유럽, 남미 등 전세계 유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고사직전까지 몰린 현지 유통업계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내수시장도 적색경보가 켜졌다. 더욱이 싱가포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큐텐마저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전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C-커머스의 국내 성장세는 어떨까. 2월 기준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기존 2위 11번가의 736만명을 제쳤다. 테무도 국내 서비스 개시 8개월 만에 활성 이용자수 581만명을 넘어 4위로 올라섰다. 6개월 만에 무려 11배나 증가했다. 1위 쿠팡(3010만명)은 초긴장 상태다.
최근에는 그 위기감이 배가됐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모두 한국 지사 법인을 설립했고,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중국 알리바바는 국내 시장에 3년간 1조4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어 배송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본격적인 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자 2주 뒤인 지난달 27일 쿠팡은 3년간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김천과 대전, 울산, 제천 등 전국 8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2027년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대부분 지역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명분까지 덧붙였다. C-커머스가 홈플러스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됨과 동시에 투자계획까지 발표하자 쿠팡이 내수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사실상 전면 맞대응을 선포한 셈이다.
급속한 C-커머스의 성장의 이면에는 팍팍한 삶의 현실이 녹아있다. 저가 상품은 품질과 반품 등에서 분명 문제가 있는데도 소비자는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현황 및 인식’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이용 과정에서 불만이 있거나 피해를 경험했고, 그 중 절반이 피해를 겪어도 대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품질이 엉망일 수 있지만 싼 가격이다보니 이를 감내하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다. 치솟는 고물가 시대의 틈을 C-커머스가 파고든 셈이다.
물가오름세는 여전하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는 3.1% 올랐다. 과일값은 치솟은지 오래됐고 유가가 흔들리자 전체 물가마저 폭등 기미다.
정부는 C-커머스의 공세를 인지하고 시장 보호를 위해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품과 저품질 문제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유통 생태계를 보호한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품질을 포기하면서까지 저가상품을 선택하는 고물가 시대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키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정책으로 지원을 한다고 해도 ‘차이나의 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위기는 곧 중소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에 따르면 C-커머스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기업이 80% 이상이었다.
온라인 유통시장은 이미 바뀌었고,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근본적인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하고 국내 업체는 혁신을 통해 다시 재정비해야한다. 몇몇 대기업이 이끄는 주력 품목 외에 모든 산업이 고사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권기범 산업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