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회장님이 된 ‘용진이형’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감

 최근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의 별명은 ‘용진이형’이다. SNS상에서 탈권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 붙은 별명이다. 정 회장은 84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 그간 활발한 SNS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던 정 회장이 달라졌다. 요즘 들어 SNS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일부만 남겨둔 채 대부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했고, 두 달가량 새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SNS 손절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쏟아진다. 업계에선 회장 승진 이후 기업 혁신 및 체질 개선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달 8일 회장 승진 이후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접 주요 회의를 주재하며 꼼꼼하게 현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평소 즐기던 골프도 중단했다는 후문이다.

 

 ‘독해진’ 정 회장은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전격 경질했고, 이마트 창립 후 처음으로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그런데 정 회장의 쇄신책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정 회장도 회사 실적 부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임원이나 직원들한테만 책임을 떠민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지난달 말 발표한 희망퇴직 관련 성명서에서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정 회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정 회장은 책임 경영과 거리가 먼 행보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내세웠지만, 정작 법적으로 경영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았다. 2013년 사내이사직을 그만둔 후 등기임원에서 손을 뗀 상태다.

 

 재벌 총수가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정 회장의 회장직 승진과 관련해 “정 회장이 그동안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주주, 경영진, 이사회와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지적했다.

 

 이제 정 회장은 그룹의 회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한다. 또 책임감 있는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 임직원들과 주주들의 신뢰까지 회복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꼬집은 모습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추후 업로드할 그의 SNS 글은 어떤 내용이든 간에 씁쓸한 여운만 남기게 될 것이다. 

 

이정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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