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법원이 안전보호시설과 핵심 생산시설 보호 인력 유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파업 방식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18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하거나 폐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안전보호시설은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 유지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한 작업시설 손상 방지,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에 대해서도 평상시와 같은 수준으로 수행되는 것을 노조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서는 시설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번 결정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신청 취지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의 파업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생산시설 보호와 안전 유지에 필요한 인력 운영을 방해하는 방식의 쟁의행위는 제한된다.
법원의 결정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 재판부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13일 두 차례 심문기일을 열고 회사와 노조 측 입장을 들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총파업 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를 뛰어넘는 수준의 특별 보상을 제시하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결정으로 총파업을 둘러싼 노사 협상 구도에도 변수가 생겼다. 파업은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지만, 반도체 생산라인 유지와 안전보호시설 운영을 둘러싼 노조의 행동 반경은 제한될 전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