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4년 늦춰질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금운용 수익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이 다소 개선된 결과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수급자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8일 발표한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2069년에 모두 소진된다. 이는 지난해 전망한 2065년보다 4년 늦춰진 수치다.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도 기존 2048년에서 2050년으로 2년 연기됐다.
이번 전망은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이뤄졌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58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 3월 기준 적립금은 1526조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자산 수익률은 18.82%를 기록해 기금 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재정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은 연평균 3.2% 증가한 반면 지출은 연평균 1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금 수급자 수는 연평균 7.0% 늘어났지만 가입자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보험료를 내는 인구는 줄고 연금을 받는 인구는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인상돼 2033년 13%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명목소득대체율은 43%로 조정되고, 군복무·출산 크레딧과 보험료 지원 제도도 확대된다. 연금급여의 안정적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도 법률에 명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전망에서 장기 평균 기금운용수익률을 4.6%로 가정했다. 이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50년 적자로 전환되고 2069년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평균 수익률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82년까지 늦춰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2%포인트 상승하면 전망 기간 동안 기금이 유지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국회예산처는 이번 결과가 국민연금 재정 여건이 일부 개선됐음을 보여주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기금 규모는 2049년을 전후해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나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다시 앞당겨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우림 사회비용추계과 분석관은 “기금운용 실적에 따라 국민연금의 재정상태가 크게 달라지는데 이는 기금운용 성과 제고가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 과제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기금의 자산 매각은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점진적인 리밸런싱이 가능하도록 출구전략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