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율 관세 조치의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수입신고 검증과 관세회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도 품목분류, 원산지, 과세가격 등 주요 신고사항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미국 관세회피 대응 강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수입신고 검증이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관세회피로 적발된 기업에 고액의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통관 집행 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수입자 책임과 신고 증빙 요건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원산지 허위신고, 가격 저가신고, 품목 오분류, 제3국 환적을 통한 원산지 세탁 등 관세회피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회피 단속은 과거에도 이뤄졌다. 다만 기존에는 관세국경보호청(CBP)의 관세 추징이나 벌금 등 행정제재가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이나 형사기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 들어 CBP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공조가 강화되면서 제재 수단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부 제보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경쟁사나 전·현직 임직원 등 기업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제보가 관세회피 적발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고발자는 허위청구법에 따라 미국 정부를 대신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위반 기업에는 정부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배상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관세회피 사건에서 고발자는 정부가 회수한 배상액의 15~30%를 보상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신고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허위청구법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 행위를 규율하는 연방법으로, 2009년 개정 이후 지급 의무를 알면서도 부당하게 회피한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관세회피 사건에도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모든 신고 오류가 민사소송이나 형사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과도한 우려보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형사기소는 주로 허위 서류 제출, 제3국 환적을 통한 원산지 세탁 등 고의성이 인정되는 무역사기 행위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과 관련된 사건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합리적인 주의의무를 이행했는지, 조사 과정에서 얼마나 협조했는지도 제재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신고 오류가 발견되면 신속히 시정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IEEPA 관세 환급에 따른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존 관세조치의 실효성 확보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품목분류, 원산지, 과세가격 등 주요 신고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고 오류 발견 시 신속히 시정해야 한다”며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소명자료 제출과 감경 요청 등 구제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이유진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IEEPA 관세 환급에 따른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존 관세조치의 실효성 확보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품목분류·원산지·과세가격 등 주요 신고사항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고, 오류를 발견하면 신속히 시정하는 등 사내 준법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조사 대상이 되더라도 소명자료 제출과 감경 요청 등 구제절차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