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환율 1520원 넘어 ‘외환위기 후 최고’…산업계 ‘쇼크 직격탄’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7.1원)보다 0.1원 내린 1527.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7.1원)보다 0.1원 내린 1527.0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뉴시스

 

#경기도에서 중소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요즘 매일 아침 환율 창을 열어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제품의 주원료인 석유화학 수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천만원의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결제할 달러 대금은 그대로인데 원화 환산 금액만 폭등하니 감당이 안 된다”며 “납품 단가는 묶여 있는데 원자재 가격만 치솟아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 당장 직원들 급여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20원선마저 돌파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거대한 ‘고환율 쇼크’가 덮치고 있다. 국내 제조·항공·물류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비용 구조를 뒤흔드는 수준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으나,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고환율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평균 1521.4원을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1626.7원) 이후 무려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환율이 정점을 찍었던 2009년 3월(1453.3원)과 비교해도 약 70원이나 높다. 특히 지난달 15일 1500.8원을 기록한 이후 2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1997년 12월 30일~1998년 3월 13일, 49거래일)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처럼 원화의 실질 가치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전월보다 0.32포인트 하락한 84.75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79.31) 이후 17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장중 101.123까지 뛰어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고환율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산업계다. 제조원가의 20~25%를 차지하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시멘트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평균 109.15달러에서 지난 5일 기준 146.7달러로 36.43%나 급등한 상태다. 여기에 환율 상승분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항공업계 역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항공유와 리스료 등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마다 무려 550억 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고 있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철강업계 역시 내추럴 헤지나 파생상품을 동원해 총력 방어에 나섰고, 원유를 100% 수입하는 정유업계 역시 즉각적인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권은 미국의 긴축 기조와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이번 고환율 쇼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업체는 환율 상승 기대로 달러를 내놓지 않고, 개인과 기관은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까지 계속 이탈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환율 1500원대가 3분기까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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