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 이상 없는데… 자주 체하는 원인은 ‘담적병’

[정희원 기자] # 시장에서 과일 매장을 운영하는 A모 씨(54)은 언제 손님이 올 지 몰라 급하게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 평소 속이 더부룩하고 잘 체하는 편이라 탄산음료나 소화제를 자주 먹는다. 급기야 지난 달에는 차가워진 날씨에 급하게 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마친지 30분 정도 지난 후 복통과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 급체증상이 찾아와 응급실까지 찾았다. 입원 후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 복부CT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가벼운 역류성식도염 외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급하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지적받았다.

 

소화불량과 급체 증상은 급히 먹는 식습관을 가졌거나 위장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지방질 혹은 탄산이 다량으로 함유된 식품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또 차가운 음식을 다량으로 먹거나 마시는 행위나, 안정적이지 못한 자세에서의 섭식, 과식 후 급작스러운 자세 변환, 불규칙한 식사 시간 또한 소화불량이나 급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A씨의 사례와 같은 급체 현상을 체증(滯症) 및 식체(食滯)로 규정하고, 다양한 증상과 함께 자주 체하는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체증의 임상적 증상들은 복부팽만감이나 명치 통증, 배변 이상 등의 만성소화불량의 대표적 증상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피로감이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기혈 순환의 이상과 위장 장애의 연관성에 대해 논하는 대목에서는 기능성 위장 장애의 전형적인 소견과 대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능성 위장 장애란 위장에 직접적인 손상이나 기저 질환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위장 장애가 발현되는 증상을 가리킨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스트레스성, 신경성 위장 장애라고도 불리는데, 내시경 검사나 복부초음파 같은 내과 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박지영 부천으뜸한의원 원장(한의학박사)은 “소화불량이나 자주 체하는 증상 등, 기능성 위장 장애 증상은 내시경 같은 영상의학 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대증치료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어 답답해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한의학적으로는 담적병(痰積病)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적병 혹은 담적증후군으로 칭하는 해당 질환은 위장 내부에서 소화가 덜된 음식물에서 발생한 노폐물이 위장 점막과 근육층 사이의 미들존(middle zone)에 쌓여 굳어진 담적(痰積)이 유발하는 증상군을 일컫는 현대한의학 용어이다.

 

담적병이 발생하면 위장의 연동운동 저하 및 점막 손상으로 인해 목에이물감, 속쓰림, 명치통증, 복부팽만감, 위경련, 복통, 변비, 설사와 같은 증상이 유발된다. 현대의학의 역류성식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신경성위염, 장상피화생, 만성위축성위염 등이 담적병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담적은 위장증상 뿐 아니라 전신증상도 유발하는데, 두통, 어지럼증, 불면증, 우울증, 수족냉증, 만성피로 증상, 심한 생리통, 생리불순, 오른쪽옆구리통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의학에서 시행하는 담적병 치료는 담적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치료하고 담적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지향하고 있다. 먼저 경락 기능 검사와 스트레스 및 피로도 측정을 통해 환자의 증상에 부합하는 담적병 한약이 처방된다. 온열요법, 침치료, 약침치료를 병행해서 위장과 전신 경락순환을 돕고 담적이 생성되지 않는 체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돕는다.

 

박지영 원장은 “본래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진 위벽이 담적의 적층으로 인해 굳어지면, 전반적인 소화 기능 장애와 더불어 각종 전신 불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급체 증상과 일시적인 소화불량 증상뿐만 아니라 두통, 어지럼증, 변비, 설사, 만성피로 증상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유발 될 수 있으므로 담적병이 의심된다면 초기에 한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찰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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