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단단하게 거침없이③]위기의 부동산… 시장친화적 거시정책 필요

‘다주택자=투기세력’ 프레임 버려야… 정책 속도조절 필요
금융 완화로 실수요자 지원 늘리고 다주택자 퇴로 열어야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규제 일변도였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부동산 실패는 민심을 돌아서게 하였고 결국 정권 교체라는 나비 효과를 낳았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과 차기 정부는 ‘규제 완화’를 기조로 부동산 정책 대수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장기적·거시적 관점의 시장 친화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차기 정부가 내세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다.

 

도심 내 용적률 500% 상향, 정밀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문턱을 낮춰 5년간 전국에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세제도 대폭 손질한다. 윤 당선인은 세제 관련 공약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2년간 한시적 배제, 취득세 인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등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여버린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공약들을 임기 내 실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통’을 기반에 둔 시장친화적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법인과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보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버려야 유연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문 정부는 ‘법인·다주택자=투기세력’이라는 프레임 아래 강력한 세제 강화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법인과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일부는 매매가 아닌 증여를 선택하면서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뛰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규제에만 매달린 결과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역설이 나타났다”며 “투기세력은 물론 차단해야 하지만 실수요자의 진입장벽은 낮춰주되 다주택자는 세제 완화 등을 통해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책 입안 및 실행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과 내기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사업 후보지만 발표하는 식이 아니라 장기적·거시적 차원에서 단계적인 정책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 목표 달성을 이유로 재건축 등을 무분별하게 진행하면 공사기간 동안 임시로 나와 살아야 하는 이주 수요가 폭증하고, 이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정한 임대차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어 정비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유동자금이 작년 12월 기준 3613조원에 달하는 만큼 한동안 국지적인 가격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안배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제 완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재인 출범 이후 종부세가 대폭 강화되고 공시가격까지 오르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보유세 부담이 커졌다. 이는 임대료 인상에 따른 세입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부요인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을 조성하려면 금융 규제를 완화해 제도권 금융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을 관리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출을 무조건 막기만 하면 대부업이나 사인 간 거래 등 제도권 금융에서 품지 못하는 곳으로 수요가 흘러갈 수 있고, 이럴 경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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