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기자] 국내외 산업계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유기적인 결합이 향후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것이라는 이슈에 직면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DBL(Double Bottom Line)경영’이 하나의 해법으로 떠오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내세운 ‘DBL 경영’은 경제적가치(EV·economic value)와 사회적가치(SV·social value)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개념의 경영철학이자, 새로운 기업 평가 기준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 각 계열사들이 사회적가치 성과 관련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이와 같은 사회적 가치 성과가 포함된 DBL을 계열사 평가기준으로 삼겠다고 강조해왔다.
SK는 지난해 전체 계열사가 창출한 사회적가치 총액이 18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7조원(+60%)가량 증가한 수치이며, 지표 별로는 ▲경제간접 기여성과(E) 19조3443억원(고용 10.1조원, 배당 3.4조원, 납세 5.9조원) ▲환경성과(E) -2조8920억원(환경공정 -3.6조원, 환경 제품·서비스 0.8조원) ▲사회성과(S) 1조9036억원(사회 제품·서비스 0.8조원, 노동 0.5조원, 동반성장 0.3조원, 사회공헌 0.3조원) 등으로 집계됐다.
SK의 사회적가치는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판매·인력·비즈니스 파트너 협력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긍정 성과’(+)와 ‘부정 성과’(-)를 함께 측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측정된 사회적가치는 SK가 자체 구축한 산식에 의해 화폐화된다. 크게 ▲베이스라인(시장평균 기준) ▲화폐화 단위 기준(국제기구·정부·협회 등 발표지표 적용) ▲기여도 등 3가지 주요 항목을 적용해 도출된다. 예컨대 자사 제품·서비스가 전체 시장평균치를 초과 또는 미달하는지, 사회적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을 따져 수치화하고, 여기에 공신력있는 국제기구 등의 지표수치를 곱한 값으로 사회적가치 총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가스 등 SK 계열사들의 사회적가치 성과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지난해 2조3408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20.3% 성장한 수치이며, 이는 측정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첫 2조원 돌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AI돌봄’을 비롯해 ‘NUGU 코로나·백신 케어콜’, ‘보이스피싱 예방 시스템’ 등의 서비스가 증가가 이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사회적가치 성과 총액은 9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473억원 늘었다”며 “이는 3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신규 채용 등이 포함된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무려 129% 뛴 9631억원을 기록했다.
SK가스 역시 지난해 2524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1743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SK가스 측은 3296억원의 세전이익 달성으로 납세분야에서 140% 뛴 890억원의 가회적가치를 창출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SK그룹 전체가 이처럼 사회적가치 창출에 매진하는 까닭은 최태원 회장의 DBL경영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기업의 역할에 사회적가치가 추가됐다는 것이 최 회장의 지론이다. 최 회장은 “전통적으로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게 기본 목표지만, 이제는 가격이 싸다고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도 이 같은 SK그룹의 DBL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눈 앞의 경영실적만 쫓다보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는 순간을 직면할 것”이라며 ”SK그룹의 DBL경영은 지속가능한 경영과 ESG를 결합해 이를 수치화 한 것으로, 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이자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사회적가치를 원화로 환산할 수 있는 측정식을 개발, 자체 지표를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며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화폐화 측정 산식과 데이터는 SK그룹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며 “산식과 데이터 등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영업기밀이 아닌 이상 이해관계자와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개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purpl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