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IT 산업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키워드가 ‘메타버스’다. 가상의 3D 공간에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의 역할도 하는 메타버스 세계는 ’비대면’이 중요한 시대상에 딱 걸맞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다소 옅어졌다. ‘아바타’, ‘가상세계’ 등 제한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이렇게 한정적인 아이템으로만 이해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공간’에 대한 개념을 더 확장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위주의 2D 기반 웹사이트를 자유롭게 온라인 상에 선보이며 인터넷 세상을 확장시킨 게 ‘공간 1.0’의 시대였다. 홈페이지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윅스나 워드프레스 같은 프로그램이 공간 1.0 시대의 대표적인 툴(Tool, 도구)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이런 2D 기반 온라인 세상이 3D로 전환하는 ‘공간 2.0’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간 2.0 시대에 기존 웹사이트 제작 툴과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
이런 툴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우리 기업이 있다. 바로 3D 가상공간을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제공 모델)로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기업인 ‘올림플래닛’이다. 올림플래닛은 3D 가상 공간을 빌드(Build, 만들다)하는 서비스 ‘엘리펙스(ELYPECS)’를 통해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림플래닛에서 사업 및 경영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안호준 부사장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만나 그들이 꿈꾸는 공간 2.0 시대와 누구나 쉽게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강력한 툴인 엘리펙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상공간을 SaaS로 제공하는 세계 최초 기업
엘리펙스는 최초를 의미하는 ‘Ely’를 어미에 두고 참여(Partipation), 경험(Experience), 소통(Communication), 공유(Share) 등의 핵심 가치를 합성한 신조어다. 올림플래닛이 엘리펙스를 들고 가장 먼저 공략했던 분야가 건설·부동산 시장이다. 오프라인이 주무대가 됐던 견본주택(모델하우스)를 가상 공간으로 옮겨 가상주택전시관을 만들며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안호준 부사장은 “올림플래닛이 2015년에 설립된 후 분양이라는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인 부동산 시장에 VR(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가상주택전시관을 선보이며 다양한 건설업체와 협업해왔다“고 말했다.
올림플래닛은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주)한화 건설부문, 한국토지신탁 등 주요 건설업체와 손잡고 다양한 가상주택전시관을 선보였다. 이런 사업유형덕에 비대면이 주요 화제가 됐던 코로나 시대에 건설업체로부터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올림플래닛은 이후 건설·부동산 업계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전시 등 문화 분야와 전자 등 다양한 사업분야로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안 부사장은 “코로나 시대에 ‘바이오 코리아’라는 전시회에서 가상전시공간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인 이후 다양한 업체와의 협업이 이어졌다”며 “삼성전자, 한솔제지, tvN 등의 회사들이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엘리펙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올림플래닛은 ‘플랫폼‘ 보다는 ‘콘텐츠’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정확히는 엔데믹 이후 콘텐츠가 진화하는 방향에 주목하고 엘리펙스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탐색했다.
안 부사장은 “공간1.0 시대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이 웹사이트 형태의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대라면, 공간 2.0 시대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온라인 공간의 시대“라며 “여기서 나아가 정보를 경험하는 시대로 진입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3D 가상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늘었다. 그리고 이 가상공간에서 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려는 욕구도 늘었다. 이에 올림플래닛은 팝업스토어, 갤러리, 콘퍼런스, 이벤트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활동들이 가상공간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오픈플랫폼 기반 월 구독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확립
메타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던 기업들이 했던 많은 고민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였다. 올림플래닛은 여기에 이른바 ‘스팟(1회성)’ 비즈니스와 한 달 혹은 1년 별로 정기요금을 내는 ‘구독’ 비즈니스를 통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안 부사장은 ““현재 엘리펙스닷컴 내 다양한 가상공간 템플릿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무료화 정책을 채택했다. 추가로 엘리펙스의 공간을 커스텀해서 만드는 비용을 일회성으로 과금하는 형태와, 공간의 지속적인 운영과 호스팅이 포함된 요금을 월 단위로 받는 구독 형태로 나누어져 있다”고 말했다.
제휴상품이라는 형태로 다른 플랫폼 회사와 결합한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가상전시공간 개념을 도입한 유료 전시회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도슨트나 반려동물 전문 장례 업체인 ‘펫포레스트’와 협력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추억할 수 있는 ‘메타버스 반려동물 장례식장 제휴 서비스’ 등이 그 예시다.
그렇다면 엘리펙스가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안 부사장은 ‘쉽고 간편함’과 ‘개방성’을 꼽았다.
그는 “모바일앱을 다운받거나 PC에 설치하는 등 따로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브라우저 기반으로 배포되기에 접근성이 좋다”고 말했다. 유튜브 앱을 따로 다운받지 않아도 카카오톡에서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내면 카카오톡 내에서 해당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안 부사장은 “또 모듈 단위의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며 “이는 마치 레고 블럭을 조립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가상공간에서 화상채팅, AI,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인간), TTS(Text to Speech, 음성합성) 등의 기능을 공간에서 쉽게 드로그앤드롭방식으로 서비스 고도화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런 오픈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서 여러 사람이 몰릴 경우 이른바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안정성’ 문제는 없을까. 안 부사장은 “엘리펙스 스튜디오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무거운 공간을 경량화해 패키징 배포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일례로 tvN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메타버스 체험관에서는 글로벌 100개국에서 접속해도(누적 기준)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가상공간서비스로 ‘문화’를 바꾼다
최근 AI 기술이 산업 전반의 기술 이슈로 부각되면서 메타버스 비즈니스 시장에도 AI가 큰 화두다. 올림플래닛도 최근 ‘AI엘리펙스’를 출시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AI엘리펙스는 2D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면 AI로 분석해 사이트에 대한 업종이나 톤앤매너, 사이트 업종 등을 추출하는 서비스”라며 “좀 더 고도화 되면 2D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3D 홈페이지로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3D 가상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올림플래닛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안 부사장은 “합리적인 비용 지불을 통해 누구나 쉽게 SaaS형태의 가상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비즈니스 목표”라며 “‘엘리펙스 서밋’이라는 행사를 매년 진행하면서 메타버스가 ‘아바타’와 ‘챗 GPT’만의 세상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담은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는데도 힘쓰고 있다. 올해도 엘리펙스 서밋이 오는 21일에 개최되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