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을 해도, 장을 봐다가 집에서 해먹어도 입이 떡 벌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고물가가 너무 무섭다.”
직장이 용산구인 김 모씨는 최근 들어 점심시간에 나가기가 무섭다. 점심 한끼에 커피 한잔 마시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김 씨는 “짜장면 기본 한 그릇 가격이 8000~9000원”이라며 “연봉은 제자리에 머무는데, 대출 이자에 식비 등 생활비는 늘어나고 있다. 이래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용산역 및 신용산역 주변 중식당 16곳의 짜장면 가격을 확인해 본 결과 16곳 중 8곳이 8000원 이상이었고, 8곳은 7500원 이하였다. 최고가는 1만2000원이었고, 최저가는 6000원이었다.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최 씨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해 1근반(900g)을 2만6000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문제는 상추, 깻잎, 고추 등 야채 가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최 씨는 “최근 고기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좋은 가격에 샀다고 만족했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며 “급등한 채소 가격이 무섭더라. 남편이 먹을 소주까지 구매하니, 집에서 해먹는 수고까지 더하면 외식하는 비용과 다를 것이 없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먹거리 물가가 3년 연속 5%를 넘기고 음식서비스 물가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의 식비 부담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이는 특정 기간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누계비 기준으로 본 것이다. 누계비 기준 올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5% 이상을 유지하다 7~9월 평균 4.9%로 내려왔지만 지난달에 다시 올랐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치솟은 뒤 2021년 5.9%, 지난해 5.9%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까지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이는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등 먹거리 물가가 오른 건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공식품 등 물가가 오른 영향”이라며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치면서 과일과 채소류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올해 1~10월 생강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7.0%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당근(33.8%)과 양파(21.5%) 등 채소류와 드레싱(29.5%), 잼(23.9%), 치즈(23.1%) 등 가공식품도 20% 넘게 올랐다.
외식 등 음식서비스 물가는 더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올랐다. 이중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이 많이 올랐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에만 7.7% 올랐는데,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먹거리 물가의 오름세는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는 더 큰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2021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월평균 25만8000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식사비)로 지출한 금액인 13만1000원을 더하면 1분위 가구는 식비로 월평균 39만원(44.4%)을 지출했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연말에 농산물 가격 등이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며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상시로 물가 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등 먹거리 물가 안정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