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MZ·고물가, 이 세 키워드는 올해 쇼핑업계에서 주목한 마케팅의 기준이다. 엔데믹 후 그동안 참아왔던 액티비티 욕구를 야외스포츠나 경기 관람으로 푸는 모습이 증가했으며, 고물가 시대로 가성비 있는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경우도 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MZ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다.
글로벌 쇼핑 행사였던 ‘블랙프라이데이’ 분석만 봐도 그렇다. 커넥트웨이브의 해외법인 몰테일이 11월24일부터 26일까지 다양한 플랫폼의 판매 상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스포츠·아웃도어 카테고리 비중은 11%에서 19%로 늘었다. 마스크 착용 해제와 함께 야외 활동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이러한 소비가 발현됐다. 예쁜 아웃도어 웨어·장비를 착용하고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인증하는 트렌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MZ는 자신의 소비를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 공유하는 심리를 갖고 있다. 골린이(골프+어린이), 테린이(테니스+어린이) 등 신조어도 이러한 추세 속에 등장했다. 때문에 패션·유통 업계에서는 스포츠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 확대와 차별화된 프로모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베테랑도 고민하는 ‘트렌드 마케팅’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인터파크커머스의 베테랑 이지현 버티컬사업실장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트렌드를 체크하고 있다. 이지현 실장은 2006년 인터파크 가전팀의 MD로 입사해 리빙, 식품, 스포츠, 레저 등의 분야를 두루 거쳤다. 이커머스 영업, 전략 수립, 실행에 있어 이미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8년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이지현 실장은 “가전팀에 있을 때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이커머스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온라인 프로모션, 신제품 마케팅 협력을 통해 대기업 가전제품의 온라인 전문관을 개설했다”며 “2012년도에 스포츠레저 팀장을 맡던 때에는 캠핑, 등산, 골프, 자전거 용품의 상품 매입 및 직수입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만들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로도 이 실장은 그로서리(식품) 팀장, 리빙패션 팀장 등을 거쳐 2023년 올해부터 버티컬사업부 실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스포츠, 레저, 골프, 아웃도어 등 분야를 총괄하는 그는 카테고리에 맞게 구색을 갖추는 것을 우선으로, 브랜드를 소싱하고 협업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상품을 적절한 시기에 제공한다. 만약 고객이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구성원, 계절, 날씨 등에 따라 필요한 조건에 맞는 상품을 모두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실장은 “스포츠 용품 시장은 야외활동이 많은 봄, 가을에 집중적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그 전후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스포츠·아웃도어룩의 경우는 F/W에 매출이 집중되기에 시기별로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 경험을 통한 ‘스포츠 전문관’ 개설
몸소 스포츠를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스포츠 종목마다 특징, 기술, 사용처가 달라 담당 MD의 전문 지식과 트렌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레저를 즐기지 않는데 억지로 공부하고 이런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덕업 일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웃었다.
실제로 이 실장은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상품의 필요성을 직접 알기 위해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캠핑, 골프, 자전거, 등산 등을 직접 접하고 활동을 하면 제품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며 “스포츠·레저는 본인 경험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니 현역에 계신 MD분들도 하나씩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엔데믹 후 달라진 액티비티 시장을 몸소 느낀 이 실장은 인터파크커머스의 스포츠 전문관 개설에 집중했고 지난달 ‘스포츠파크’를 론칭했다. 스포츠파크는 스포츠 의류·잡화, 스포츠 용품, 골프 의류·용품, 아웃도어, 헬스·다이어트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기존 오픈마켓 플랫폼과 비교해 인증 셀러 상품의 정품 보장, 큐레이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다.
이 실장은 “코로나로 실내에 머무르는 동안 면역,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했다. 이런 욕구는 엔데믹 후 다양한 스포츠와 레저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쁜 현대인을 위해 장비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자 전문관을 개설했다. 골프 선물 추천, 테린이 입문자 코스 등이 소개된 큐레이션 코너의 경우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해 쉽게 이해하고 상품에 접근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정품과 가품 문제에 대해서도 보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자로부터 국내 공식 유통사에서 공급받은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를 통해 서류 검증을 하고 있다.
◆‘MZ’ 공략이 중요한 시대, 차별화가 경쟁력
이 실장은 운동 마니아다.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물론이고, 맨몸으로 러닝을 즐기기도 한다. 동호회도 직접 알아볼 정도로 적극적이다. 다만 최근 들어 MZ세대가 주도하는 동호회가 많아 이른바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다는 신조어)’를 잘해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10년 전부터 골프를 했고, 올해는 테니스에 입문했다.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20~30대가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 젊은 친구들을 주축으로 한 동호회도 많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클라이밍, 러닝 등 운동을 주제로 하는 대화도 많아졌다. 이러한 추세 속에 올해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면서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스포츠에 더욱 열광했고, 내년 파리올림픽이 열리면 스포츠 카테고리는 더욱 핫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견해를 내비쳤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이제는 중국발 플랫폼까지 국내 시장에 침투하는 시점에 온라인 쇼핑 업계의 마케팅 전략은 더욱 신중하고, 트렌드 대응에 빨라야 한다.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성이 곧 경쟁력이다. 이 실장은 트렌드를 추격하는 선장으로서 MZ를 비롯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는 “브랜드 상품과 대중적인 제품을 MZ세대·초보자·시니어에 맞게 세분화하고 가성비 있는 제품을 직접 제조, 해외 소싱해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며 “모회사 큐텐으로 인해 해외 배송·품절·가품에 대한 리스크가 낮은 것도 차별성으로 강조하고 싶다. 스포츠·레저 활동을 즐기는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를 장착하는 게 내년 목표”라고 의지를 다졌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