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A씨는 자택 앞에 주차한 자가 차량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뉴스에서만 보던 북한 오물풍선이 차량 앞 유리에 떨어져 파손된 것이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A씨는 이후 자동차보험을 든 B보험사에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 처리 신청을 했다. 자기부담금이 일정 부분 발생하긴 했지만, B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북한에서 보낸 오물풍선에 자동차 앞유리가 파손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보상 처리가 이뤄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초 오물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이 없어 보상받기 쉽지 않다는 경찰의 의견이 나오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손해보험업계는 북한 오물풍선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상품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상해보험 표준약관에는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폭동 등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해 생긴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 오물풍선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상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자차보험은 차량을 운전하다가 상대방 없이 사고를 내거나, 화재, 폭발, 도난 등으로 차량이 부서졌을 때 자동차에 직접적으로 생긴 손해를 보험가입금액 한도로 보상한다. 보험업계에서 통상적인 자차보험은 수리비의 20%가 자기부담으로, 최저 2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으로 대부분 책정한다.
A씨의 경우 수리비가 약 53만원이 나왔고, 37%에 해당하는 20만원을 자기부담금으로 냈다. 나머지 33만원은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처리됐다. 또한 B보험사는 오물풍선을 낙하물로 처리해서, A씨의 내년 보험금에 대해 할증하지 않고 1년 할인 유예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북한의 오물풍선은 지난달 말 260여개, 이달 2일과 8~10일에 걸쳐 네 차례 살포했으며 총 1600여개로 추정된다.
지난 9일에도 서울 동대문구에서도 주차된 차량 유리가 파손된 사례가 나타났다. 해당 차량은 자차보험 처리 신청이 접수됐고, 공업사에 입고돼 수리가 진행 중이다. 이 경우도 A씨처럼 일정 부분 자기부담금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1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인한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하되 법령 개정 전이라도 해당 지자체가 피해 주민들을 신속히 지원하도록 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예비비 등 자체 예산을 활용해 피해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차량·주택 파손 등에 대한 원상복구 비용 등을 지원하며, 피해 사실을 위한 현장 사진, 수리 비용 증빙을 위한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