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기자의 친구는 자신의 반려동물인 웰시코기의 걸음걸이를 보고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후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았는데,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비는 400만원 정도였고 수술 이후 진료비와 재활 등의 비용이 추가로 나갔다. 갑자기 목돈을 지출하게 된 친구는 펫 보험을 생각했지만, 결국 월 단위로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또 다른 친구는 병원비 등 노령묘가 됐을 때의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펫 보험 대신 고양이 통장을 개설했다. 월 10만원 정도로, 이 돈으로 향후 치료비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반려동물을 키우는 양육 가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도 관심을 받고 있다. 5100만여명이 사는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대략 550만~600만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로 푸드, IT, 서비스, 보험 등 ‘펫’을 둘러싼 다양한 산업군에서는 자신들의 수익을 올리고 새 먹거리를 넓히기 위해 분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62억달러(8조원)로 추산했다. 연평균 9.5% 성장한다면 10년 뒤인 2032년에는 152억달러(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 영업 역시 2012년부터 10년간 약 10배 증가했고, 아이 대신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딩펫족’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단순히 반려동물이 귀엽다는 마음만 앞서 키우게 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로 유기나 파양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려면 신중함과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용이나 생활 측면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건강을 빼놓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양육자로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시간은 거스를 수 없다. 사람이 그렇듯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아프지 않던 곳이 삐걱대며 통성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가는 곳이 동물병원이고, 동물병원에서의 진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사들은 펫보험을 내놓고 있다. 펫시장에서 새로운 안전망 역할을 하는 펫보험은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힘을 싣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기 좋은 시기에 있다. 그래서 기존 상품의 상품 범위, 보험료 등 지적이 되는 점을 보강하면서 역할을 키워 나가고 있다.
다만, 어떤 시장이 급성장하게 되면 잡음은 나오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은 부딪힐 수밖에 없는 난관이다. 예컨대 펫보험은 반려동물을 비롯해 반려인, 수의사, 보험업계와 농식품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얽혀 있다. 한눈에 봐도 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여 있는데 하나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저마다의 의견과 목소리가 다를 게 뻔하다.
특히 펫보험이 관심을 받으면서 펫보험 가입률이 1% 미만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고, 그 이유는 보장범위, 보험료 등에 따른 불만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 펫보험 시장은 과잉진료나 부정청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동물병원 간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표준수가제 개선 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펫보험이 있지만 반려인들이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저마다 다른 동물병원의 진료비와 진료항목, 그리고 보험의 보장, 보험료 등을 따져봤을 때 본인이 모은 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장점이 적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고 여러 집단의 타협점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반려인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