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연이은 집단 휴진…병원은 폭풍 전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휴진은 환자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요?”

 

서울대병원 교수 절반 이상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휴진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시스템의 순차적 붕괴도 불가피하다.

 

17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까지 4개 병원 교수 절반가량이 휴진을 개시했다. 참여자는 전체 교수의 54.7%에 달하는 529명이다. 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협회가 총궐기를 예고한 18일 전국 총 3만6371개 의료기관 중 1463곳(4.02%)이 휴진한다.

 

서울대병원 관련 의료시설뿐만 아니라 신촌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등도 무기한 휴진이 임박했다. 해당 병원 소속 교수들도 오는 27일부터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제외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도 무기한 휴진을 논의키로 했다.

 

의협은 18일 총궐기를 앞두고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요구안을 정부에 다시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까지 정부가 취합한 휴진 신고율은 4.02%지만 신고 없이 당일 휴진을 할 의료기관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 진료 거부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집단 진료 거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암병동 두경부암센터는 이날 진료실 13곳 중 6곳만 운영했다. 암병동을 찾은 환자들은 담당 교수가 휴진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도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와 응급실·중환자실 같은 필수분야 진료는 계속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정작 현장에선 응급 진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소화기내과 진료실 14곳 중 4곳, 내분비 진료실 4곳 중 2곳만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은 신경과 교수 3명 중 1명, 신경외과 교수 2명 중 1명이 휴진 중이다. 이밖에 당뇨내분비센터 3명 중 1명, 갑상선센터 2명 중 1명, 폐센터 3명 중 1명, 피부과 2명 중 1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성형외과와 외과, 정형외과, 신장내과, 산부인과, 정신의학과는 담당 교수들이 휴진 없이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13개 진료과 중 7개과가 휴진에 참여하고, 의사 수 기준으로는 26명 중 7명이 휴진했다.

 

아들의 CT검사를 위해 방문한 신모(52) 씨는 “여기는 공공병원이라 다른 데보다 어려운 분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휴진하는 건 환자들보고 죽으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보라매병원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이 많이 찾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 중이다. 서울시로부터 운영보조금을 받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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