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인의 부동산 톺아보기] 억대 연봉 부부도 가능... 신생아 특례대출, 기대반 우려반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합산 소득 요건을 연 2억5000만원까지 상향해 기대와 함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산부인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합산 소득 요건을 연 2억5000만원으로 늘린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는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정책대출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1월29일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은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해 1월 이후 출생한 자녀가 있다면 금리 연 1.6∼3.3% 조건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상품이다. 

 

 앞서 정부는 신생아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을 3분기부터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소득 요건을 2억5000만원으로 추가 완화하기로 했다. 구입자금의 대상주택은 주택가액 9억원 이하, 대출 한도는 5억원이다.

 

 소득 요건이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저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소득 출산자에 대한 저리대출 사각지대를 줄여 사실상 대부분의 신생아 출산자가 주택구입시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은 수도권 거주자의 내 집 마련 의지가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소득기준 상향의 수혜를 보는 부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생색내기용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0대 중위소득은 30~34세 315만원, 35~39세 351만원 수준이다. 합계 소득이 2억원을 초과하는 신혼부부 비율은 극소수다. 또 소득요건은 늘렸지만 기존 특례대출에 적용되던 자산 규모와 대상 주택 요건은 유지했다. 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면 보유 자산이 4억6900만원 이하여야 하고 구매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9억원 이하여야 한다. 새롭게 소득 기준을 만족해도 이런 요건에 모두 부합해야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액은 1월말 출시 후 지난 19일까지 5개월도 되지 않아 약 6조원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했는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모기지 공급 확대가 가계부채 급증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참여연대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 약 3주 만에 3조4000억원을 돌파하며 가계부채의 복병으로 떠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대출기준의 완화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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