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득 돌아보니 섬뜩한 AI 시대

지난 4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AI 기술이 미래에 거의 모든 분야를 지배할 것”이라며 “몇 가지 직업만이 이러한 기술에 견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년전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불거진 우려가 일자리 감소다.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사안으로 각 기업은 AI가 담당할 수 있는 분야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이 한목소리로 내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완점을 찾아가지 않으면 추후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함은 명백하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KB국민은행의 콜센터 직원 대량 해고사건은 현실에서 발생한 이른바 ‘AI 후유증’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대전에서 근무 중인 2개 협력업체 240여명의 상담사들에게 해고 통지를 보냈다. 국민은행 콜센터 노조가 집단 반발했고 지역 여론이 악회되자 해당 인력 고용승계를 결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금융계, 산업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제 각 기업은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서서히 AI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I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분명하다. 로봇기술까지 발전해 AI와 결합했고 무인업무가 침투하지 않은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구글의 생성형 AI인 제미나이가 배스킨라빈스와 손잡고 구매자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아이스크림 신제품까지 만들었다. 이미 가전제품에는 AI가 적용돼 알아서 세탁시간을 조정해주고 TV프로그램을 추천해준다. 항공우주, 자동차, 방산, 통신, 생명과학 등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분야에만 응용되는 것이 아닌 생활에서도 AI가 다가왔다. 포털사이트에 AI를 검색만 해도 각 기업이 실제 사례에 적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있는지 알려주는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지난 16일에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알려주는 공식적인 자료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 방향’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현존하는 90% 이상의 일자리에서 해당 업무의 90% 이상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 이후에는 세탁원, 재봉사, 기계 조작원 등의 업무는 100%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고 인간의 판단능력이 중요한 직업도 AI 대체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6년 후의 일이라고 보기엔 극단적이지만 기업은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할 것이고 이렇게 흘러갈 것은 시간문제다. 결과적으로 수년 안에 국내 일자리 중 12%에 해당하는 약 341만개의 일자리가 AI 기술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라진 일자리로 인해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이조차도 녹록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만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100만명에 육박했다. 장사를 접은 자영업자들 상당수는 폐업 이후 실업자로 전락했다. 올해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6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섬뜩한 것은 이런 현실이 다가오는데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대출자격완화, 금리 인하, 지원금 지급 등의 정부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근본적인 사회적 변혁을 준비해야한다. AI와 협업하면서 생긴 틈을 메워주는 신규일자리를 발굴해야하고 이를 위한 재교육 및 직업 전환 프로그램의 활성화는 필수다. 또 일자리 상실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한다. 공헌 활동에 대해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AI 후유증을 대비하는 일이 곧 AI 시대를 앞당기는 일이다. 

 

권기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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