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이트 35억 추징금 대법서 파기...혹시 내 사건도?

사진=법무법인 청

도박사이트 총책이 번 범죄수익 35억원을 추징하도록 명령한 2심 판결이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국민체육진흥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35억 5000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베트남 호치민, 중국 심천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추징금 32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형을 늘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 400시간, 추징금 35억 5000만원을 명령했다.

 

검찰은 A씨가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 급여 등 경비 명목으로 월 1억원 정도가 지출됐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최소한 매달 1억원은 벌었을 것으로 전제하여 34억원을 산정했다. 여기에 A씨가 인정한 순수익금 6억 4000만원을, A씨의 전체 범행 기간 대비 이 사건 범행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1억 5000만원을 해 총 35억 5000만원을 추징 구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범죄수익과 실행 경비는 동일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2심 판결 중 추징 명령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자금 출처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범죄 실행 경비가 바로 범죄수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리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끝까지 범죄수익의 전체 규모를 함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와 배우자는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생활비 등으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유사 범죄로 따로 기소돼 2016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도박사이트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판례상 몰수, 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은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범죄수익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엄격한 증명은 거치지 않아도 추징액에 대해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심스럽지만 파기환송심에서는 A씨의 진술과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추징액이 재산정돼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청 형사사건전담팀은 “실제로 작년에도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심에서 31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이 있었다”며 “추징금이 선고될 형사 사건에 연루됐다면 본인의 추징금 산정 근거가 명확하게 있는지 반드시 법률 검토를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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