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가상자산법, 아직 첫발만 뗐을 뿐이다

 “비트코인은 현재 세대의 돈이 아닙니다. 다가올 세대의 돈입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권위 있는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이렇게 예견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60% 상승해 9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이더리움 가격 역시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기대감에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뛰었다. 가상자산은 주식 거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로 매수하고 매도할 수 있는 하나의 투자 수단이 됐다.

 

 이렇듯 가상자산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자 이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22년 테나·루나 폭락 사태와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 제정을 촉발했다. 당시 천문학적인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현행 자금세탁 방지 중심의 규제로 대응하기 어려웠고 피해를 구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제도권 밖에 있던 가상자산이 처음으로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 법률은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 보호,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가상자산 시장 및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 권한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시세 조종 등 가상자산 시장 내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 및 처벌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드디어 제정된 가상자산법을 두고 이제라도 산업 발전을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법률이 이용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향상되고 가상자산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가상자산법 시행이 시장 발전을 위한 첫발만 뗐을 뿐,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관련자들은 입을 모은다. 애초에 가상자산법은 1단계법 시행에 맞춰 2단계법이 곧바로 시행되도록 구성됐었다. 금융당국이 1단계 가상자산법 부대의견에 2단계법 입법 의견 등을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했음에도 지난 5월 말부터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단계법에 쏠리고 있다. 1단계법이 시행됐지만 가상자산 시장엔 아직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무더기 상장, 불량코인 심사, 가상자산 정보의 비대칭성 등이 그것이다. 평가와 공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수십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부른 루나, 테라, 위믹스 사태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나아가 업계에선 2단계법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파생상품 등 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길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다양한 상품을 취급·판매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단계법에서는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가상자산사업자의 공시 및 내부통제 의무 부과,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관련 규율 체계 등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단계 입법은 요원해 보인다. 1단계법 입법 사례와 여소야대가 심해진 22대 국회에서 양당 간 극한 대치 상황을 고려하면 2단계법 입법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가상자산 시장의 발전을 위해 2단계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등의 방법으로 입법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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