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정부·여당과 제1 야당 간 입장 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며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는 25일 예정된 여야 대표회담에서 관련 의제가 다뤄질 공산도 있다.
20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투세는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집합투자증권·파생상품·파생결합증권 등의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을 포괄해 과세하는 제도다. 국내 상장주식 등에서 양도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이익에 최소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금투세는 2020년 법 개정을 마친 후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됐다.
◆당정, “금투세 폐지해야…韓 증시 자금 이탈 불가피”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도입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2024년 세법개정안’에 금투세 폐지 방안을 담기도 했다. 자본시장 발전 및 국내 투자자 지원 차원에서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폐지하고 현행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스탠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해 1400만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금투세 폐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제21대 국회 때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그는 “고금리 상황, 주식 투자자 수 증가 등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와 이에 따라 금투세 도입이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금융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금투세 도입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제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野, "부자감세 안 돼, 예정대로 시행해야”…과세대상 상향 등 변화 기류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금투세 폐지는 곧 부자 감세’라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지난해 56조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종부세와 금투세를 폐지하면 연간 수조원의 세수가 더 감소하게 된다”면서 “부자감세로 지금도 비어가고 있는 나라 곳간은 어찌할 생각인지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데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일부 의원 중심으로 미묘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예 또는 완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금투세 과세 대상을 연 소득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6월과 12월 2회에 걸쳐 반기별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이 아닌 연 1회 확정세액 납부로 변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투세 면세 범위를 5년간 2억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는 것도 고려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이 발의 예정인 ‘금투세 완화 패키지 법안’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오는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동에서 금투세 등 세제 개편안이 논의의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이날 여야 대표 간 회담에서 금투세뿐만 아니라 ‘채 상병 특검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의 주요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