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 강화보다는 ‘재정 안정’에 초점…국회 통과 난항 예상

-기금 고갈 늦추고 세대 형평 제고
-野 "소득 보장 확대" 난항 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27년 만에 보험료율을 높이고, 재정이 악화하면 급여액을 줄이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는 점에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고 미래 세대의 신뢰를 확보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소득 보장 확대를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가 예상돼 국회 통과까지 난항이 예고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 안정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구체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안을 두고 소득 보장보다는 재정 안정에 무게를 뒀다고 봤다. 정부는 현재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 비율)을 단계적으로 13%로 인상하기로 했다. 보험료율은 월 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부과되는 비율을 뜻한다. 직장인의 경우 근로자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모두 가입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조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보장성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국회에서 논의된 안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가운데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을 뜻한다. 연금개혁에서 논의되는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는 명목소득대체율이다. 

 

 정부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시민 500명과 함께 숙의 토론회를 진행한 결과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조 개혁보다는 노후 소득 보장 확대를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국회 때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했는데,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은 13%를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제시해 차이가 난다”며 “자동조정장치를 하면 40% 이하로 급여액이 떨어질 텐데 (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민주당이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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